
어느 7월 밤 새벽 2시, 바닷가에 위치한 토민스터 경의 별장 거실. 모두가 잠든 시간,
이 집의 손님이자 토민스터 경의 절친한 친구인 제프리 트랜섬 경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두운 거실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겨 있다. 그때 이 집의 여주인인 토민스터
부인이 안방의 더위를 피해 거실로 내려오면서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거실의 프랑스식 문은 밤바람이 들어오도록 잔디밭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두 사람은
한밤중에 단둘이 마주친 상황에 잠시 당황하며, 날씨와 불면증에 대한 일상적인 대화로
어색함을 달랜다. 제프리경은 내일 아침 일찍 이 집을 떠나 멀리 아프리카로 장기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가 드러난다. 사실
제프리 경은 오랫동안 친구의 아내인 토민스터 부인을 남몰래 열렬히 사랑해 왔다. 부인
역시 제프리 경에게 깊은 호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결혼 생활과 사회적 이성 때문에 이를
억눌러왔던 상태였다 .제프리 경이 아프리카로 떠나는 진짜 이유가 부인을 향한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은 평소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서로에 대한 사랑과 열망을 솔직하게 고백하게 된다. 활짝 열려 있는 문은 두 사람에게
"지금 당장 사회적 규범과 남편을 버리고 밤의 어둠 속으로 함께 도망치자"는 유혹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제프리 경은 순간적인 감정에 이끌려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고, 부인
역시 흔들린다. 둘은 유부녀와 남편의 절친이라는 관계, 도덕적 책임감, 그리고 마음속
깊은 열정 사이에서 팽팽하게 대립하며 격정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부인은
순간의 열정에 굴복하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 그녀는 자신들의 감정이 진실할지라도,
남편과의 신뢰를 저버리거나 사회적 파멸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제프리 경을 설득한다.
제프리 경 역시 그녀의 뜻을 존중하며 감정을 절제한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것에 만족하며, 선을 넘지 않고 성숙하게 관계를 정리한다. 제프리 경이 부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열린 문을 통해 어둠 속 잔디밭으로 걸어 나가며 끝난다.

제목 '열린 문(The Open Door)'의 의미는 무대 장치인 '잔디밭으로 통하는 열린 프랑스식
문'은 두 사람 앞에 놓인 도덕적 선택을 상징한다. 문은 활짝 열려 있어 언제든 사회적
규범이나 이성을 버리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도망칠 수 있는 '유혹'을 뜻하는 동시에,
반대로 한 사람이 이 방을 떠나 제자리로 돌아가야 함을 암시하는 중의적인 장치이다.
영국의 극작가 알프레드 수트로(Alfred Sutro)가 쓴 <더 오픈 도어(The Open Door)>는
단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대화로극을 이끌어가는 1막짜리 재치 있는 단막극이다.
사랑, 결혼, 우정의 경계선에서 인간이 느끼는 욕망과 내면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격정적인 신체적 갈등 없이도 오직 두 인물의 지적이고
정교한 연극적 대사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에드워드 시대 영국 상류사회의 도덕적 관념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고뇌를
잘 보여주는 대중적인 희비극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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