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이하는 소리꾼과 그의 딸 이야기에서 소리에만 미쳐 살아가는 소리꾼이 그 딸 또한 소리장이로 묶어두기 위해서 두 눈을 멀게 하는 끔찍한 장면을 통해 조성된다. 딸이 잠자는 사이 두 눈에 청강수를 넣은 것인데, 그렇게 하면 눈으로 뻗칠 사람의 영기가 귀와 목청 쪽으로 옮겨가 목소리가 비상해진다는 것이다. 좋은 소리를 위해 일부러 눈을 멀게 한다! 여기에 사람의 눈보다도 더 귀중하게 여겨지는 소리의 중요성이 나타나고, 소리에 대한 우리의 전면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청준이 즐겨 사용하는 소설구성, 즉 소설의 작중화자와 주인공이 이중, 삼중으로 겹쳐지는 방법을 통해서 진술되고 있는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라도 보성읍 밖의 한적한 길목 주막이 소릿재 주막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