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한 관리 생활로 처와 아들의 병도 고쳐주지 못한 채 죽게 한
경찰 주재소장은 어느 날 딸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마을사람 신고로
영아살해 유기사건을 접한다. 소장이 사건을 접수할 즈음에
소장의 집으로 날품팔이 하는 범인 김군자가 찾아온다.
그녀의 남편은 폐병으로 3달 전에 죽고 두 아들도 같은 병으로 죽자
새로 태어난 아이도 그러한 고생을 시키기 두려워 죽인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짐짓 자연사 한 것처럼 꾸미지만 소장의 엄한 문초에
자백한다. 소장은 딸 선희의 간곡한 부탁과 군자의 딱한 상황에
크게 마음이 흔들렸으난 곧 자신의 관리 입장과 자신의 처와 아들
생각으로 갈등 끝에 검거하기로 결심한다.
이에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군자도 마음을 돌이켜 마땅히 죄값을
치르리라 결심한다. 포박해서 경찰서로 가는 길에 비가 내리자
소장은 자신은 쓰지 않은 채 김군자의 머리위로 우산을 씌워준다.
1980년. 6월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신파극 시리즈로 공연된 작품이다.
작가미상의 이 작품은 원로배우 강계식의 고증으로 재구성된 대본을
극단 76에서 기국서 연출로 공연되었다.
1940년대 해방전의 시대에 어느 시에 접한 소읍의 살림집을 겸한
경관 주재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단막이다.
남편과 두 아들을 폐병으로 보낸 애엄마가 시부와 남은 자식을 위해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는데 일주일전 또 애를 낳았는데, 젖이 안나오자
할 수 없이 죽일 수 밖아 없었던 그 시절 가난한 한 주부의 비극이다.
당초 신파극 공연을 기획한 측에서는 우리 근대연극사의 주류로 내려오던 신파극이 어떤 것이며, 그 재현이 가능할 것인가, 또 그 오늘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리고 막연히 알고 있던 신파극에 대해 새롭게 인식시키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는 대체로 괜찮았던 것 같다. 우선 신파극이 우리의 생활감정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다음으로는 지나간 시대의 신파극이야말로 진정한 대중연극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신파극 재현의 의미를 다음 두 가지로 압축하면 첫째, 신파의 원형재현은 어디까지나 보존학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 둘째, 이 시대의 감각에 맞는 대중극을 창조해내는데 신파극에서 무언가 발견해 보려는 것이었다. 사실 초창기의 신파극을 오늘날 재현할 수는 없다. 본 사람도, 또 실제로 한 사람도 없고, 그리고 대본 마저 없기 때문에 서책을 통해 유사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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