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노부부인 매니와 씰
매니의 뉴욕주식시장 투자로 재정적으로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숲속의 외딴 집에서 고립 생활을 하고 있다.
가축들을 기르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전원생활이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씰은 매니를 보살펴 주었고, 안팎의 살림을 이끌며
그의 변덕을 무마하고 이 생활을 같이 해온 것이다.
남편 매니는 아내가 못하는 힘드는 일을 다하고
틈틈히 취미인 우표수집과 전축에서 듣는 음악,
매일 신문을 읽고 투자한 주식에서 수십만$의 자금을 갖고 있다.
그가 젊은 시절 뉴욕에서 일할 때 미국 대공황을 만나 몽땅 잃고
부인이 상속받은 이곳으로 와 일체 대인접촉을 안하고
부부만 둘이 같이 사는 것이다. 물론 부인이 일주일에 한번 장을 봐온다.
그리고 최근엔 부인이 근처 50대 남자(클라우드)를 가끔 불러 남편과
장기도 두게 하고, 남편 경험이 많으니 투자 상담도 해주는데....
부인 씰이 그럴 수밖에 없는게 자궁암이 퍼져 통증도 심해지고 입원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씰은 입원한 후의 모든 준비를 했고 남편에게 설명하나
남편은 자기가 돌봐줄 거라고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씰은 병원 자원봉사자인 앤을 불러 자신을 입원시키기 전에
남편을 설득해달라 요청하고, 앤은 집에 와 남편 매니를 만난다.
그는 이기적이고 화를 잘 내지만, 아내를 깊이 사랑하며, 아내가 사라지면 그
남편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씰도 느낌으로 아는 것 그대로다.
그러나 씰을 떠난다. 당신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고,
그리고 홀로 남은 매니... 그렇게 막이 내린다.
샤를렌 레딕의 '황혼의 엘리지'(Autumn Elegy)는 노년의 사랑과 죽음이라는
명제를 아름답고 슬프지만 진정성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사랑스러운 드라마는 루이빌의 배우극장에서 1989년 초연된 히트작이다.
70대 중후반인 노부부가 늘 같은 생활 패턴에서 아내의 중병이 거론되면서
그 패턴이 깨지는 것이다. 수다스러우면서도 자상한 아내가 혼자 되더라도
남편이 잘 살라고 모든 걸 기록해놓은 수첩을 전해주는 것도,
그런 아내를 보내야만 하는 남편도 절제된 모습으로 침묵하는 마지막은
그래서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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