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커플인 오정진과 이준석의 3주년 기념일 어느 일요일 아침,
오정진은 낯선 여인인 강은우가 술에 취해 들어와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정진은 깨어난 은우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그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전 주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나가라고 소리치는 정진에게 은우는 오히려
자신의 집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설명해주며 자연스럽게 그 집에 머물게 되고,
집에 들어온 준석과도 인사를 나누며 친해진다.
은우는 정진과 준석 사이의 사랑과 개인적인 문제들을 듣게 되면서 자신도
그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게 된다.
에이즈 환자로 정진과 헤어지려는 준석, 그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 살려는 정진,
유부남에게 실연 당한 은우… 그들은 일요일 하루 동안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 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요일을 보내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소리없이 감싸면서 이들 세 명은 그들만의 반짝이는 파티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처음부터 서로 마음이 잘 통하던 준석과 은우는 곧 친구가 되고,
은우의 등장을 반기지 않았던 정진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들은 숨겨왔던 자신만의 상처를 이야기 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만의 파티를 준비한다.
하늘의 별이 쏟아지지 않는 한.. 헤어지지 않아!
2006년 초연 이래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연극 ‘뷰티플 선데이’는 일본인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41)의 원작으로 ‘동성애’ ‘에이즈’ ‘불륜’이라는 남다른 소재를 내세워 사회적인 기준에 어긋난 사랑을 무대에 올렸다.
연극 ‘뷰티플 선데이’는 생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스토리가 흐른다. 어긋난 ‘사랑’이라는 소재로 억지스레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에이즈’라는 요소로 극단적인 일탈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사회적으로 그늘진 무게감 있는 소재를 보편적인 극으로 이끌어내려는 꼼꼼한 연출의 솜씨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에는 틈틈이 무리가 있었다. 준석과 정진의 ‘동성애’만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아니다. 유부남과의 사랑을 아름답게 담으려는 은우의 불륜과 그 유부남의 병든 아내를 이야기에 담으면서 은우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셋의 비중이 고르게 나뉜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복잡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따뜻하다. 사회적인 편견 속에 이들의 외롭고 힘든 ‘사랑’은 마침내 파경에 이른다. 오히려 솔직함 속에 그려진 사랑의 파경은 진정한 사랑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며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려졌다.
<뷰티풀 선데이>는 엄밀히 말해 너무나 사랑하기에 외로운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에이즈에 걸린 '그'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무조건 그의 상처를 덮어 감싸안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정진과, 그건 사랑이 부담스러워 먼저 떠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준석, 이 두 남자의 어긋난 사랑의 방식에 유부남과의 사랑으로부터 상처 받고 남겨진 은서가 끼어든 셈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죽일 놈의 사랑 때문에 자신이 아프다고 직접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화 <레옹>이나 <졸업>을 빌어 어긋나버린 자신의 사랑을 들려주거나, '그때 그사람의 3절에 기대어 처연한 사랑의 상처를 내비치는게 고작이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아무 것도 아닌듯... 그러나 실은 너무 외롭다고, 너무 아프다고... 그렇게 <뷰티풀 선데이>는 가슴 속의 아픔을 기발한 재치와 유쾌한 농담에 참으로 맛나게 버무려 관객에게 맛보인다. 그것이 관객을 더없이 즐겁게 하면서도 더없이 가슴 저리게 하는 이유이다. 엄밀히 말해 은서는 이 두 사내의 어긋난 사랑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객이다. 때로는 이 둘의 어긋난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엮어줄 줄 아는 여자이지만, 종국에 가 서 그녀는 이 두 남자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는다. 은서의 '그'는 아내가 심장병을 앓는다며 그녀 곁을 떠났다. 하지만 이제 "그의 아내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뛰는 것을 보았건", "자전거를 들고 뛰는 것을 보았건", 아니면 "자기 남편을 들고 뛰는 것을 보았건", 그렇게 '그'의 아내가 사실은 멀쩡한 사람이었다해도 이제 은서는 절대로 지나간 사랑을 뒤돌아보며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연극에 어찌 난해한 실험과 무겁거나 충격적인 메시지만 있겠는가, 어디서 보았던 듯, 어디서 읽었던 듯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무대를 통해 세련되게 만나는 것은 연극보기의 또다른 즐거움인 것은 분명하다. 객석은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즐거웠고 내내 가슴아팠고 내내 따스했다.
작가 Nakatani Mayumi (나카타니 마유미)
1968년 일본 가가와현 출신의 현재 일본의 대표적인 극작가이다. 극단 ‘제3무대’ 에서 조연출을 했으며 TV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서 극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94년, TV드라마 ‘따끈따근’ 「ぽっかぽか」이 주목을 모았으며 이는 3번째 시리즈까지 계속되어 호평을 얻었고, ‘워터 보이스’ 「Water Boys」로 최고시청률을 낳기도 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흥행이 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페이퍼 메리지’ , ‘다음은 애처가’「今度は愛妻家」, ‘아버지의 사랑’ 등 동양의 따뜻한 감성을 잘 살린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쓰고 있으며 2000년에는 희곡 뷰티풀 선데이 (Beautiful Sunday)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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