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상훈 'Why not?'

clint 2024. 6. 1. 05:39

 

 

 

 

<Why not?>은 신예 윤상훈 작가가 현재 젊고 인터넷 세대에 속하듯이,

인터넷 관련 언론매체의 역할과 활동을 극의 내용으로 다뤄,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한 소설가의 작품을 판매부수 1위로 만드는 등,

사회적 반향과 여론몰이를 주도하고, 인터넷 관련 사이트에서

개개인의 사생활을 추적, 진위, 비 진위를 가리지 않고

무책임하게 보도함으로 해서, 대단원에서 대상자가 자살을 하도록 만드는 등,

작금의 인터넷 매체의 허위보도로 인한 사회적 폐해와 악영향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묘사한다.

 

 

 

 

 

극이 시작되면 인터넷 모니터가 배경막 전체에 자리를 잡고,

그 앞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무대전면 오케스트라 박스가 상승을 하면,

십여 명의 젊고 세련된 모습의 사원들이 컴퓨터의 자판을 일제히 두드리면,

배경 막에 글자의 영상이 물 흐르듯 나타난다.

인터넷 언론사 대표는 중년의 미남으로, 자신감에 차있으며,

행동도 우아하고 민첩해,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부하직원을 통솔하는 카리스마까지 보인다.
장면이 바뀌면 무대 한가운데에 덥수룩하고,

허술한 차림새의 작가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소설 몇 권을 포개놓은 책상 앞에 앉아 있으나,

작가의 말대로 작가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린 평범한 대중소설이라

아무도 사인을 받으러 오지를 않는다.

 

 

 

인터넷 언론사 대표이자 작가의 동창이 전화연락을 하고 찾아와,

작가와 대담을 나누고, 대형일간지의 기자도 참석한다.

기자가 작가에게 작품에 관련된 인터뷰를 요청하고,

대표는 자신과 먼저 약속을 했다며, 작가를 대동하고,

기자를 피해 떠난다. 대표는 동창의 소설판매를 위해,

자신의 인터넷 매체에 독자들이 흥미를 끌 수 있는 글귀를 써올리도록

사원들에게 지시한다. 대표의 뜻 한바 대로 소설이 인터넷 매체에 의해

과대포장이 되어 소개되자, 소설은 판매부수상위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문학성이나 내용과는 관계없이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소설가의 팬 그룹이 형성되고, 소설가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니,

방송국에서 저명한 비평가와 여류작가를 초청해 100명의 독자와 함께

작품토론회를 개최한다. 권위 있는 비평가는 소설이 비문학적이고

평범한 대중소설이라 비평의 대상이 아니 된다는 평을 하고,

사회자와 미모의 여류작가는 그와 반대되는 평으로 토론회를 이끌어,

소설은 급기야 판매부수가 백만 권을 돌파하게 된다.

소설가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과거의 연인과 연락을 취하려 들지만,

인터넷 언론사 대표는 그것을 저지하고, 그 여인을 수수께끼의 인물로 묘사해,

언론매체에 발표 소개함으로써 소설의 판매부수는 더욱 상승기류를 타게 되고

판매량이 200만권을 돌파한다. 제작사에서 영화로 만들겠다며 감독과

여배우가 찾아오고, 작가는 기이한 상승기류에 편승하게 되고, 그 기류에 동화된다.

한편 작가의 과거의 연인은 소설 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인물임이 밝혀지면서,

남편인 고위층 인사와 헤어지게 되고, 여론매체에 부정적인 인물로 부각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니, 죽음을 택한다. 여성이 죽으니,

그 비난의 화살이 소설가와 인터넷 여론사로 쏠리고,

작가와 대표는 동시에 파산의 길로 직행하게 되고,

권위 있는 비평가는 이것을 예상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방송은 이를 보도함으로써 연극은 끝이 난다.

 

 

 

 

작가의 글 - 윤상훈

2007년 신정아 사건과 영화 디워에 대한 작품성 논란이 일었다. 일간지중의 한 신문의 1면엔 신정아의 누드사진이 게재됐으며 디워에 대해 안 좋은 평론을 한 영화인의 홈페이지는 악플에 폐허가 되었다. 디워에 대한 백분토론을 누워서 보던 난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무엇에 홀린 듯 이 희곡을 썼다. 소주2, 담배2갑과 함께... 당시 이 희곡을 본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는 건 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느냐는 얘기들을 했다. 그 이후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타블로사건이 터진 후인 2011년 에야 이 희곡은 공연하게 되었다. 현재 세상은 스마트폰이며 트위터며 하는 것들로 실시간 사람의 인생을 스스로 생중계하는 세상이다. 자신이 트위터에 저지르고 있는 짓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얼마 전 세상은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으로 뜨거웠다. 매스컴과 누리꾼들은 한 여성의 삶까지도 모자라 그녀의 주변 인물까지의 삶까지도 파헤쳐졌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국민을 짓눌렀던 체면이란 가면을 벗어던진 그들... 네티즌들... 이 희곡이 현실이 되고 있는 지금, 아니 현실이 더욱 가혹해지고 있는 사회...  인류는 대중의 편협적이고 맹목적인 광기란 바이러스에 의해 멸망할 것이다난 그걸 조금만 더 늦추고 싶을 뿐이다. 내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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