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유정 '땡볕'

clint 2024. 6. 3. 11:38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덕순이가 아픈 아내를 지게에 지고 
경성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찾아간다. 
배에 복수가 찬 소년이 대학 병원에서 돈까지 받아가며 
연구대상이 되었다는 것에 역시 배가 부푼 아내를 치료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 갔던 것이다.
그러나 복수로 생각했던 배는 뱃속에서 죽은 아기가 
그대로 배 안에 갇혀 있던 것이었고, 
의사는 이대로라면 일주일을 넘기지 못할 것이며 
이건 연구대상감이 아니라며 정식수술을 받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의 배를 절대 찢을 수 없다며 완강히 수술을 거부하고, 
안 그래도 돈이 없는 덕순이는 간호사의 조소를 뒤로 한채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나온다.
거리에서 아내가 먹고 싶다는 얼음냉차와 왜떡을 사주고

집으로 돌아가며  아내는 이런저런 유언들을 남기고, 
덕순이는 눈물을 삼키며 아내의 마지막 말을 듣는다.

 


삶의 비참함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현실을 체념하고 마는 

덕순이나 덕순의 아내와 같은 바보 인간상들에 대해 눈물 이전에 

어두운 웃음을 삼키게 하는 작가의 어법은,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소설미학으로 충분히 구사되고 있다.
식민지치하의 농촌의 궁핍화 및 이농과 도시빈민의 궁핍화현상을 

희화함으로써 역사의식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오히려 이러한 역설적 해학이 갖춰준 시점상의 거리가 우회되기 이전의 

삶의 진실을 표명한다는 점에서 면제될 수도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병원을 찾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의 대립과 

간결한 구성을 통하여 범속한 일상인들에도 못 미치는 

무지한 인간상을 토착화한 기법으로 표현한 수작이다.

 



작가가 작고하기 한 달 전인 1937년 2월 『여성(女性)』 11호에 발표되었다. 김유정 특유의 토속적 언어를 구사하는 문체와 씁쓸한 웃음을 유발시키는 쓰라린 가난과 선량한 무지, 그리고 간결한 구성의 소설미학이 돋보이는 대표작이자 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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