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현 '논개'

clint 2024. 5. 29. 15:31

 

 

1594년 유몽인(柳夢寅)은 삼도순안어사가 되어 하삼도의 피해상황을 살피게 되는데, 진주에 머물면서 진주성 전투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명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논개의 이야기를 듣고 정사에 실리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였다. 광해군 9년 편찬된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 논개가 관기(官妓)로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순국 사실이 기록되지 않자 이를 안타까워하며 논개의 순국 기록을 1621년 자신이 편찬한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남기게 된다. 《어우야담》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논개는 진주의 관기였다. 계사년에 창의사 김천일이 진주성에 들어가 왜적과 싸우다가 성이 함락되자 군사들은 패배하였고 백성들은 모두 죽었다. 논개는 몸단장을 곱게 하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위에 서 있었는데 바위 아래는 깊은 강물이었다. 왜적들이 이를 바라보고 침을 삼켰지만 감히 접근하지 못했는데 오직 왜장 하나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왔다. 논개는 미소를 띠고 이를 맞이하니 왜장이 그녀를 꾀어내려 하였는데 논개는 드디어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에 함께 뛰어들어 별세하셨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작가 이재현이 1969년에 창작한 희곡 <논개>에는 논개와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외에도 같은 관기 3명과 왜군 아장들, 그리고 촉석루에 술상을 차리는 조라치들이 등장한다. 진주성 함락이후 승전에 들뜬 왜장들이 여기에 올 것을 예견하고 기녀 옷으로 갈아입고 촉석루에서 기다리고 있는 논개가 나오고, 같은 기생들인 월선, 탄실, 춘심이 나와 당시의 상황과 논개가 여기에서 자신이 죽더라고 왜장을 죽이겠다는 의지를 듣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로쿠스케 장군을 비롯한 수하 장수들이 나와 이곳에 홀로 있는 선녀 같은 논개를 보게 되고 논개를 불러 술상을 차리고 승전 여흥을 갖게 되는데...  논개는 미모와 더불어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으로 모두에게 술을 거하게 취하도록 하고는 절벽 쪽으로 로쿠스케장군을 불러 내어 자기의 몸을 던져 같이 절벽으로 추락한다. 

 



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에 소리로 나오는 논개라는 변영로의 시(1923년 작)가 나온다.

<논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情熱)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石榴)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江)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변영로 작(作) 시 「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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