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강지영 '이상하고 아름다운'

clint 2024. 5. 18. 13:48

 

 

 

실적도 없고 존재감도 없는 자동차 영업사원인 ‘나’는 
회식 자리에서 영업소의 실적 1위의 후배에게 
대출 이자 체납 고지서를 들키고 만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나’는 그 후배와 이길 리 없는 판매실적 내기를 하고, 
내기에서 지면 사표를 내겠다고 큰소리친다. 
스트레스로 한 달을 보내던 ‘나’는 신선과 ‘알까기’를 하는 꿈을 꾸고, 
시간을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가장 아끼던 손목 시계를 풀어 신선에게 준다. 
되돌려 받은 시간으로 ‘나’는 초등학교 운동회 전 날로 돌아간다. 
‘나’는 왜 하필 그때로 돌아간 것일까?

강지영 작가의 작품중 유일(?)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이다.

작가의 글 - 강지영
젊은 날의 아빠는 말썽꾸러기였다. 틈만 나면 학교 담장을 넘었고 사소한 일에도 눈을 부라렸으며 십오 인치 나팔바지에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시내를 누볐다. 아빠의 주요 출몰지역은 으슥한 담벼락 밑이나 극장 후문, 버스터미널 등이었다. 매일 저녁, 별명이 헌병대장인 우리 할머니의 손에 귓바퀴를 비틀리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빠의 월담과 주먹질과 바람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아빠의 젊음이 흐드러지던 그때 부모님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해가 지나기 전 나를 낳았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를 박박 깎고 군입대를 했지만 아빠의 짧고 굵고 찬란한 젊음은 마치 신화처럼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내게로 전해졌다. 간혹 앨범을 열어 부모님의 젊음을 훔쳐본다. 구레나룻을 멋지게 그린 아빠와 소녀티를 벗지 못한 엄마, 그리고 둘을 에워싼 다른 청춘들도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타를 등에 짊어진 아빠와 그 곁에 바짝 붙어선 처녀 셋의 모습이다. 제법 미녀라 할 수 있는 그녀들은 저마다 한껏 멋을 내고 경쟁하듯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아빠의 시선은 카메라가 아닌, 흰 블라우스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단발머리에게 향해 있다. 한창 엄마와 연애를 하던 시절의 사진일 텐데, 그녀를 바라보는 아빠의 표정은 녹아내릴 듯 달착지근하다. 이 소설은 아빠의 표정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빠의 선택은 지금과 달랐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랬다면 나도, 나의 세계도, 이 소설도 여기 없을지 모른다. 지금 내게 닿아 있는 모든 것과 우리의 운명이 교차하는 이 순간을 깊이 감사하며, 짧은 인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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