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강지영 '눈물'

clint 2024. 5. 14. 06:17

 

 

세번 째 눈에서 눈물 대신 영롱한 보석이 떨어지는 소녀는 
그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마을 전체의 생존을 책임지게 된다. 
더 많은 눈물을 뽑아내기 위해 ‘매질을 당하고, 
생니를 뽑히는’ 학대를 받으며 마을에서 철저하게 괴물로 취급 받는다. 
그리고 ‘소녀’는 외부에는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는 
마을 전체의 ‘비밀’로 부쳐진다.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탐욕스러움은 
외부에서 들어온 카메라 기자에 의해 들통이 나고, 
그의 도움으로 소녀는 무사히 마을을 탈출하게 된다.



「눈물」의 이야기는 일종의 성장서사의 골격이 잔혹동화로 변형된 케이스라 할 만하다. 주인공인 '소녀'는 기이한 출생과 그로 인한 특수한 능력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고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소녀의 세번째 눈에서 나오는 눈물이 순도 높은 보석으로 취급받아 팔리면서 마을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녀를 감금하면서 고통마저 착취하며 마을사람들 전체의 생활이 성립되었으며, 어머니인 향순 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 사람들은 이러한 착취에 동참해왔다. 공동체 내부에서 철저하게 괴물로 취급받으며 착취받은 소녀의 삶은 일종의 수난사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이에 대하여 마을 외부 기자의 출현을 통해 기대되는 상황의 타개, 즉 마을을 탈출하여 도시로 향하는 결말이 독자의 일반적인 기대를 배반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하여 소녀는 더욱 극적인 행동을 취한다는 점이다. 기자마저 결국 자신을 속이기 위해 도시에 데려왔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녀가 스스로 자신의 세번째 눈을 뽑아버리는 결말은 단순한 연민 이상의 감정을 유발한다. 그것은 독자가 감당할 수 없는 '독서의 대가'를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결코 불편부당할 수도 결백할 수도 없는 행위임을 상기시킨다. 한번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버린 이상 이야기에 대하여 외부인일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주제에 대하여 가장 선명한 독자의 대결적 의식이 발현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야기에 대하여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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