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와 봉수는 만난 지 석 달 만에 함께 살기 시작한다.
임신을 했고, 임신 2개월이 되던 날,
봉수는 직장에서 해고 당한다.
그 이후, 9년 동안 스무 개도 넘는 직함을 얻고 잃어간다.
급기야 성희의 친정 식구들의 돈까지 끌어다 사업을 하다 모조리 실패하며,
딸 혜주의 어린이집 급식비까지 못 내는 상황이 된다.
그 와중에 또 다시 임신을 한 성희는 아이를 지우기로 결심한다.
다만 안타까운 게 있다면 혜주에게 나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쁜 어른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 사랑받기 위해 거짓 웃음을 짓고, 또 사랑을 거절하기 위해 거짓 울음을 흘릴 나이가 되면 혜주도 나와 봉수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 애 역시 언젠가는 제 부모를 닮아 나쁜 어른이 되고 또 제 아이를 착한 아이로 기르려 애쓰다 늙어 죽을 게 뻔하다. (……) 그걸 깨닫고 나면 제 아비처럼 세상살이가 한결 쉬워질지 모르니까. (<있던 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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