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범철 '밀정리스트'

clint 2023. 3. 5. 11:01

 

일제 강점기 의열단 단원들의 활동을 주축으로 진행된다.

상해 임시정부에서 일본 총독 암살에 대한 명령을 하달 받은 의열단원들은 굳은 결기를 보이며 거사일을 준비하는데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고 내부에 밀정이 있는 것이 아닌 가에 대한 생각으로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조명이 모두 꺼진 아지트의 작은 불빛을 품에 안은 독립운동가들이 그들의 근거지로 모여든다.
"
의열단 내에서도 밀정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들은 의열단 단원들로 상해임시정부로부터 '총독 암살'에 대한 지령을 받은 상태이다. 목숨을 내놓고 준비를 하는 그들에게 한가지 망설임이 있는데 바로 일본 경찰에게 의열단 정보를 전달하는 밀정이다. 내일 살아있을 지도 모를 하루를 살아가지만 이 나라 독립을 보는 그날까지 반드시 살아있을 것을 다짐하는 그들은 총독암살을 시도하지만 미리 새나간 정보 탓에 거사를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밀정을 찾아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
혹시 모르니까. 누구도 믿지 마"
연극 <밀정리스트>에서는 감추어진 '밀정' 찾는 것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스릴러 영화 같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전해주는데 작품은 모든 캐릭터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밀정 용의자가 되는 상황을 만든다.
"믿을 만한 정보입니까? 저한텐 이야기해줄 수 있잖아요!"

또한, 다양한 대사를 통해 서로를 확인하려 하는데 그 누구도 확인되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유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품은 '밀정'이 된 이가 가까운 지인을 밀고하는 시대라는 것을 관객에게 알게 하고 발각된 '밀정'이 하는 변명들을 직접 듣게 되는 역사적 현장감과 전율은 이 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선물과 같다.

"독립이 진짜 올 거라고 생각해요?"
결말로 가면 '밀정'이 된 이들이 드러난다.

"내가 밀정이예요" "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그들은 일제 강점기 어떻게든 살아야했다는 변명을 하거나 독립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을 변명한다. 하지만, 이봉창 의사도, 윤봉길 의사도 김구도 김원봉도 일본으로부터 독립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지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나라를 잃고 있던 독립을 요구하는 조선인들의 외침을 조선땅과 전세계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극 <밀정리스트>는 지금 우리가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를 다시 상기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동지들을 팔았다는 변명을 하는 그들을 즉결 처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은 독립운동가로 가장한 '밀정'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있고 그들을 모두 찾아내 역사 앞에 놓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하여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의 이야기 속 나라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첩자가 된 '밀정'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작가 정범철 글

 

KBS탐사보도부는 2019년 다큐멘타리 취재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밀정 89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 중 상당수의 인원들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고 여전히 현충원에 안치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일재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나라를 팔아먹고 배반한 반역자와 매국노들을 처벌하지 못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목숨을 내걸고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숭고히 싸운 독립운동가들 속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함께한 동지들을 배반한 밀정들이 아직도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고 여전히 현충원에 안치되어 잘못된 역사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과거 후손들을 위해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에게 우리가 지켜야 할 소명이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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