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독점적 사랑이 전제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 Q와 A. Q는 집안 가장 구석진 화장실 안에서 새로운 사랑을 상상한다. 둘만이 유일한 사랑. 서로를 독점하는 관계. Q가 만들어낸 독점적 사랑을 연기하며, A는 점차 변질된 형태의 사랑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 연극의 전제되는 세계관이 참 독특했다. 부부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지만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다. 이런 세계에 살고 있는 Q와 A 에겐 많은 엄마들, 아빠들이 있다. 연극에선 세 가지 이야기로 사랑을 그려낸다. Q와 A가 있는 비독점적 사랑만이 가능한 현실 속 두 사람의 이야기,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독점적 사랑이 존재하는 세계 속 부부(미주와 건우)와 한 청년의 이야기, 그리고 Q가 혼자 만들고 혼자 연기하던 제빵사와 소년의 이야기. 세 가지 이야기 중 과연 해피엔딩이 있었을까. Q와 A의 현실을 제외하곤 생각하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Q는 몸이 아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의 가장 구석, 작은 욕조가 있는 화장실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생활하고 있다. 욕조 가득 들어있는 먹을거리와 잡동사니들은 모두 '자신의 것'이라 자부하는 Q는 애초에 '독점'과 누군가의 것이라는 '특별함'에 대한 욕심이 있는 아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Q를 보며 '멋지다'라고 생각해버리는 A는 '너무 평범해서 주변 사람들이 내가 있는 것도 모른다'라고 할 만큼 자신에게서 특별함을 찾지 못하는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어쩌다 Q의 화장실을 찾아온 A는 Q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Q와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유일한 사랑(=독점적 사랑)'과 '특별함'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서로를 독점하는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 그런 사랑을 꿈꾸며 그려낸 이야기는 기성세대에게는 폭력적이라 불릴 만큼 충격적인 상상이지만 이내 사람들은 불가능하리라 믿었던 독점적 사랑에 열광하게 된다. 그 이야기로 학교에서 관심과 집중을 받게 된 A는 (연극반의 숙제가 '나'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기에) 이야기 속에 자신을 등장시키기로 하고 Q가 꿈꾸던 두 사람만의 사랑 이야기를 뒤틀기 시작한다. Q와 A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로웠고, 세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각 이야기가 진행될때 배우들의 연기와 간단한 소품만으로 장면전환이 뚜렷하게 드러나야한다. 세가지 이야기가 결국 현실속에서 Q와 A의 대사를 통해 한꺼번에 다루어지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실제 현실에서 이상적으로는 모두가 독점적 사랑을 바란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바람을 피우고, 양다리를 걸치는 등 온전하고 이상적인 독점적 사랑이 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한 사랑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그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연극 속에서든 현실에서든. 연극이 끝나고 나서야 Q가 반복적으로 말하던 부모님의 이야기에 연극 제목을 이어붙여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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