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쉐퍼의 <에쿠우스>를 새롭게 해석한 <에쿠우스-절망 속에 잠들다>는 김관 작가가 원작의 1막 마지막 부분-소년 알런이 광기에 휩싸여 신화속의 말, 에쿠우스를 불러내는 장면을 읽다가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악령에 시달리는 한 소년의 구원 과정을 그렸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다르다. 아니, 이 작품은 피터 쉐퍼의 작품과 비슷하면서 다른 모습들은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작품의 내용은 다른 식으로 창작하면서 내가 본 원작의 느낌을 간결하게 옮겼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압축과 과감한 생략과 빠른 전개를 위한 자유로운 코드가 쓰여 지고 있다. 그리고 그를 조정하고 그를 자신의 범위로 가두려는 악령들...결국, 소년과 천사와 악령들은 각자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싸움들을 벌여나간다. 그리고 소년은 망가진 아버지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임신한 소녀가 낳은 아이는 충격적이다.
작가는 "빛, 소리, 움직임... 이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펼쳐지는 작은 호러 환타지.... 이게 이번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말일 겁니다. 이 안에서 단지 신이 혹은 절대자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삶이 단지 나의 것이 아니고 내 주위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무수한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아니면, 단순히 내 주위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날 바라보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저는 이 이야기를 일종의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신의 존재 혹은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자신의 모습을 잃고 서로간의 모습 속에 획일화되고 보호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런 작은 작품을 올리게 됩니다. 갇혀버린 공간 속에 갇혀있는 인물들의 행동, 그리고 인간들을 둘러싼 천사와 악령들...뭐 이런 구도로 쉽게 풀어본 나름대로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마치 "베를린 천사의 시"나 "시티 오브 엔젤"같은 느낌의 천사가 나오고, 망가진 인간들의 모습 - 가족이 보이며, 전생에 말이었던 소년은 자신의 성적 정체감의 결여로 망가져 있고, 그를 둘러싼 세계는 어디에도 희망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이 안에서 단지 신이 - 혹은 절대자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기본으로 한 작은 판타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생소한 소재, 혹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에 많은 당혹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려의 말을 듣고는 하지만 한번쯤 이런 이야기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되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결코 삶이란 쉽거나 그냥 내버릴 수 없는 것임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의지를 보는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자신 있게 세상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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