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의 후유증으로 몸과 정신이 황폐화된 주인공 「나」는 모든 능력을 상실한 채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자신을 구원해줄 그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허상에 불과할 뿐 「나」는 하루 종일 추악하고 비겁했던 본래의 모습에 시달림을 받는다. 겉으로는 민주투사처럼 행동했지만 구치소에 잡혀 들어가서는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또 아무도 몰래 퇴폐, 향락을 탐했고… 무대에서는 주인공 「나」를 괴롭히는 분신인 「그」와 「그녀」가 있다.「그」는 비겁했던 자신의 모습이며 「그녀」는 성에 대한 욕망의 화신.그런 것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에 와서 사정없이 「나」의 목을 죄어 들어오고 있다.
황지우 작시를 주인석 극본으로 이념적 격동기였던 70~80년대를 체험한 90년대 지식인의 무너진 내면풍경을 극적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70~80년대를 격렬하게 체험한 세대의 심리적 자화상을 통해 우리 시대에 만연한 사회적 정신병을 치유하려는 '사이코드라마'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하루 종일 살찐 소파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90년대 지식인 내면심리의 상징인물인 '나'의 하루에 대한 일기가 주 내용이다. 거기에 추악한 현실의 대변자이며 '나'의 분신인 '그'와 '나'의 아내이자 '나'의 죽음과 성에 대한 욕망의 화신인 '그녀'가 등장, 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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