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만희 '좋은 녀석들'

clint 2021. 5. 20. 08:09

 

 

한 남자의 내면의 충돌을 그린 내용이다.

각기 다른 성격과 생각들을 하나의 캐릭터로 풀어내 그들이 실제로 부딪치는 광경이 꽤나 볼만한 재미로 다가오는데, 어느 것이 진실이고, 옳은 결정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총체적인 거짓도 부분 살펴보면 개별적인 진실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서 그들의 행동과 대사에 의미를 부여한다.

 

주인공은 애인문제와 회사의 복잡한 노사문제를 정리하려고 암스테르담으로 떠나온 중소기업 대표 박장수.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최적의 장소로 금기 없는 도시 암스테르담을 택했다. 호텔방에 처박혀 사흘밤낮 고민하는 그에게 분신 넷이 따라다닌다. 욕망대로 솔직하게 행동하라는 뚱보와 낭만적인 낭보, 윤리적인 째보와 이성적인 횡보까지 골고루 갖췄다. 한 사내의 복잡한 머릿속을 들여다본 셈이다. 박장수는 헝클어진 머리와 느슨한 넥타이차림이다. 지친 얼굴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사탕도 먹고 싶고 초콜릿도 가지고 싶은 어린 아이다운 천진함이 묻어나는 표정이다. '존재의 이유'를 열창하고, 분신 넷과 함께 힙합춤도 춘다. 확실한 팬서비스다. 탄탄한 줄거리와 감각적 연출, 훈련된 배우는 '좋은 녀석들'에서 행복하게 만났다. 이만희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작가다.

 

95년 작 '그래, 우리 암스텔담에 가자'를 골격까지 해체하며 다시 썼다. 여기에 퍼포먼스 '난타'를 만든 30대 연출가 전훈이 젊은 감각을 보탰다. 신파조로 처지기 쉬운 줄거리를 배격하고 인형극과 마임까지 등장시켜가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작품의 효용은 웃음과 위안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일탈을 저지르고, 자책하다가도 정작 남이 비난하면 억울해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사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그의 갈등에도 절실한 데가 있다고 일러 준다. 고도성장 시대를 쉬지 않고 달려온 세대의 허탈감과 답답증을 한번쯤 돌아보자고 권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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