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할린 동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희곡을 쓴 인무학 씨는 사할린 동포다.
모스크바 국립대 교수로 2010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극단 이그라의 대표인 최성우 연출은 러시아 쉐프킨 고등연기대학교를 나와
기치스 종합예술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는데, 러시아에 있을 때 인 씨와 인연을 맺었다.
최 연출이 한국에 돌아와서 극단을 만든 뒤 연극에 조예가 깊은 인 씨에게 조언을 얻으며
교류하던 중 이 작품을 받게 됐다.
일제 때 강제 이주된 사할린 동포가 영주 귀국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우여곡절을 그린 작품이다. 이 희곡은 대한적십자사 주선으로 1989년부터 부산 기장군, 경기도 안산·파주 등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사업을 다뤘다. 한국인인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딸, 추방 위기에 처한 북한 사람과 위장결혼 해 겪는 고초 등은 거의 실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소련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영주 귀국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만 영주귀국이 허용된 것. 8월 16일에 태어난 주인공 원상모는 호적을 위조해 입국하지만 이후 이 사실이 발각되며 위기에 처한다. 극이 전개되면서 이들이 위장 결혼한 사실, 8월 16일에 태어난 원상모가 호적을 위조한 것, 어린 시절 둘의 인연, 각자의 상처 등이 차례로 밝혀지고 둘은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새로운 사건, 비밀과 단서, 갈등과 해소과정이 적절히 배치돼 모범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가 힘의 한 축이었다.
인무학 씨의 아버지는 1939년 강제 동원돼 사할린 탄광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어머니를 만나 1942년 인 씨를 낳았다.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1981년 세상을 떠났다. 1990년 한국에 있는 큰아버지를 만나 한국으로 왔다. 교육학· 공학박사인 인무학 씨는 2013년 러시아 작가 단편 선집을 번역해 펴낸 적은 있지만 희곡을 쓴 것은 처음이다. 평소 외동딸을 데리고 연극을 자주 보던 차에 유학생들의 부탁으로 러시아 연기술 서적을 번역해주며 연극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인무학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인이지만 러시아 교육을 받은 제 작품이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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