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체크는 테스노흘리데크의 작품을 대본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동물의 생태에 대해 깊이 연구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익살스러운 원작을 수정하여 주인공 암 여우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맺으면서 순환하는 자연을 담아내었다.
또한 그는 동물들을 의인화함으로써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이 속에 자신의 인생경험을 녹여내었다. 그는 1917년부터 열정적으로 사랑해온 배우 카밀라 스토슬로바를 암여우에, 그리고 자신을 산지기에 투영하였다. 이루지 못할 카밀라에 대한 사랑과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고뇌를 이야기 속에 담아낸 것이다. 그러나 단지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담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공존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깊고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느 여름날, 어린 암여우와 마주친 삼림관은 여우를 잡아 집으로 데려간다. 산지기의 아이들이 암여우를 괴롭히자, 암여우는 아이들을 깨물고 닭들을 모두 죽인 뒤 산속으로 도망친다. 오소리 굴 앞에 도착한 암여우는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오소리를 쫓아내고 오소리 굴을 자신의 집으로 삼는다. 한편, 산지기는 한가한 겨울밤, 선생과 목사와 어울려 카드놀이를 한다. 술에 취한 선생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암여우를 보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인으로 착각하여 사랑을 고백한다. 화창한 봄, 암여우는 잘생긴 숫여우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새끼를 낳는다. 숫여우의 계속된 구애에 암여우는 딱따구리의 주례와 동물들의 축가 속에 결혼식을 올린다. 행상 하라슈타가 밀렵한 토끼를 본 산지기는 그것을 미끼로 암여우를 잡으려 한다. 그러나 영리한 암여우는 어린 새끼들에게 덫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암여우는 하라슈타를 속여 따돌리려 하지만, 결국 하라슈타의 총에 맞아 죽음을 맞는다. 몇 년이 지난 어느 여름, 늙은 산지기는 숲속에서 어린 암여우를 보고 예전의 암여우를 떠올린다. 자손을 통해 그 삶을 이어가는 자연을 보며 그는 신비로운 생명의 순환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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