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티토 리코르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clint 2020. 6. 21. 10:29

 

 

주인공 프란체스카 노벨로는 13세기 이탈리아 로마냐 지역 라벤나 영주의 딸이다. 노벨로 가문은 인근 리미니의 실권자였던 말라테스카 가문과 전쟁 중이었다. 두 가문이 전쟁을 끝내는 일은 서로의 자제들을 결혼시키는 길, 즉 노벨로 가문의 장녀 프란체스카와 말라테스카 가문의 실권자인 장남을 맺어주는 길 이외에는 없었다. 말라테스카 가문은 아들 삼형제를 두고 있었다. 장남 조반니는 절름발이었다. 막내 말레스티노는 성격이 포악하고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둘째 파울로는 '멋진 남자'로 불릴 만큼 미남이었다. 강화를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했던 혼인이었기에 말라테스카 가문은 실제로 혼인을 시킬 당사자였던 조반니 대신 둘째 파울로를 귀도 집안으로 보냈다. 파울로에게는 마치 자기가 결혼상대자인 것처럼 조반니 행세를 하게 했다. 파울로와 프란체스카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파울로를 따라 리미니의 시댁에 도착해서야 그녀는 자신이 곧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생면부지의 곱사등이 남편을 바라보는 것도 괴로웠지만 사랑하는 상대가 시동생이라는 현실이 더욱 괴로웠다.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진 프란체스카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친정에서부터 따라온 그녀의 몸종은 남편과 막내 시동생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 파울로를 그녀의 내실로 안내했다. 둘은 기사 랜슬롯과 아더 왕의 왕비 귀네비어의 이야기책을 함께 읽어 내려갔다. 소설 속에서 두 연인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 이르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탐하는 격정 속으로 빠져 들었다두 사람의 밀회를 목격한 남편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칼로 찔러 죽인다.

 

 

 

 

단테가 신곡연옥편에서 들려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슬픈 이야기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차이콥스키는 1876년에 교향시 'Francesca da Rimini'를 작곡했으며,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2막 오페라 <Francesca da Rimini>를 작곡해 1906123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하였다. 또한 희곡과 소설, 영화도 무수히 많으며, 화폭에 담았던 화가들도 역시 적지 않다. 1887년 시카고 박람회에 출품된 오귀스트 로댕의 <입맞춤>에 로댕이 원래 붙였던 제목이 바로 <Francesca da Rimini>였다. 포옹한 두 연인의 근육은 사랑의 격정으로 경련이 이는 듯한 반면 표정은 입맞춤의 감미로운 행복감에 젖은 듯 몽환적이다. 파올로의 손에는 그들의 사랑의 촉매가 되었던 기사 랜슬롯과 귀네비어의 이야기책이 들려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전시 자체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결국 대중 앞에서의 공개적인 전시를 위해 제목도 <입맞춤>이라고 바꾸었다. 곧 이 작품은 석고로 시작해서 대리석, 브론즈 등으로 다시 제작될 정도로 여기저기서 주문이 쇄도 했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진솔한 사랑은 천재 조각가의 손에 의해 세인들의 가슴을 울렸고, 비록 조각일지언정 당시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그 아름다운 연인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싶어 했던 것이다.

 

 

로댕의 입맞춤

장 오퀴스트 노미니크 앵그르, 〈파울로와 프란체스카〉,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