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강월도 '어쩐지 돌연변이(변태)'

clint 2017. 2. 8. 14:29

 

 

 

 

 

원작이 어쩐지 변태 였으나 심의에서 걸려 돌연변이로 개명됨.

반은 사실주의적 희극같고, 또 반은 마치 피란델로의 코믹한 부조리극같은 이 작품은 일찍이 미국으로 이주한 한 한국인 가족[백지현(조지) 일가]의 확대되고 굴곡된 삶을 통해 우리들 삶의 한 양식을 객관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연극을 통해 우리의 얼굴보기와 생각하기를 가능케 해준다. 이 희곡작품을 통해 작가는 그러한 ‘볼록거울을 들이댐’의 과정을 아주 성실하게, 또 때론 유쾌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또 어떤 부분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겨두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88년 3월 4일부터 31일까지 류중렬 연출, 송용태, 김갑수, 이인희 등의 출연으로<실험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생활과 작가 생활을 겸해 온 미주의 천재적 한인작가 강월도 원작<어쩐지 돌연변이>(극단 가교)의 엉성한 제작 공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천재성의 결여인가, 아니면 제작 미스인가를.

그의 작품도 어떤 의미에서는 ‘탈한국적’ 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를 빙자한 기적이 사실은 기적이 아니라 일종의 변태임을 그로테스크하게 고발하는 작가적 놀이정신은 한국적 난생(卵生) 신화의 패러디를 미국이라는 이민 사회에 펼쳐 놓지만 그 대본만 가지고서는 결코 작가를 천재로 증명할 수 없다. 그것이 천재에 대한 우리 세대의 뿌리깊은 고정관념의 결과라고만 여겨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은 무대 형상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수한 미비점이 천재의 편린을 깎아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천재 시대의 열림을 기대하는 한편 모순되게도 천재의 천재성을 소모시키는 문화예술 풍토를 탓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카알라일처럼 ‘영웅대망론’ 대신 ‘천재대망론’으로 한 사람의 천재를 통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무조건 박수만 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의구심만 쌓아갈 것도 아닌 곳에 우리의 모순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신문기사
바다로 뛰어든 천재시인?…강월도씨 유서등 남기고 실종. 시인이자 극작가, 철학자로 활동한 강월도(본명 강욱·66)씨가 최근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페리 선상에서 바다로 투신,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지난달 21일 페리 선상에서 투신했으며 이를 목격한 승객이 해경에 신고해 인근 해역을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친지들은 전했다. 선상에 남겨진 그의 가방 안에서는 짧은 유서와 함께 중절모를 쓴 신사가 가슴까지 바다에 잠겨 있는 합성 사진이 발견됐다. 강씨는 또 여행 직전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서신을 받을 즈음이면 나는 서울을 떠나 남해를 찾아 다시 한번 떠났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아마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갔을 것입니다. 아, 이 땅의 자네들이 그립겠지요. 아직 누릴 수 있는 젊음을 만끽하며 이 세상을 누려보시게. 나 먼저 가네.
친구들이여, 잘 있게”라고 썼다.
독신인 강씨는 2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왔다. 그는 경기중·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 재학 중 미국 유학을 떠났으며 컬럼비아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30여년간 살면서 강의와 소극장 운동 등을 펼치다 87년 귀국한 그는 한성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시집 ‘사랑무한’과 철학논문집 등 20여권의 저서를 남겼고 ‘어쩐지 돌연변이’ 등 희곡을 쓰기도 했다. 강씨의 희곡 ‘뻔데기전’을 무대에 올렸던 윤호진씨(극단 에이콤 대표)는 “강씨는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빛을 보지 못한 불운한 천재였다”고 말했다.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