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개조한 10평 남짓의 방.
여기에 2명의 노인이 있다. 길산과 명식.
둘의 관계는 친구이자 길산은 명식의 매형이다.
그래서인지 1살차이로 나이 많은 길산은 하대한다.
길산의 아내는 오래전 죽었고, 손자 소옥은 같이 살고 있다.
아들도 죽었고 며느리는 재혼했다.
길산의 유일한 낙은 똑똑한 손자를 대학까지 뒷바라지 해서
의사가 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소옥을 위해 도요란 애완견도 집에서 키운다.
소옥이 좋아하기 때문에 거금을 주고 산 족보있는 개란다.
오늘도 명식과 인형의 눈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길산의 시력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고집 센 길산은 그런 자신의 약점이 밝혀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조그만 TV를 보는 척하지만 듣고만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인형의 눈을 붙이며 명식의 투정을 듣고 있다.
소옥이 늦는가? 연락도 안하고... 밥을 먼저 먹자고 명식은
투덜대고 밥을 먹다가 전화도 안 되자 마중나가는 길산...
TV에서 버스 사고 속보가 나오는데...
다음날 소옥도 없이 일어난 두 사람. 명식의 말대로
소옥이 대학 등록금을 위해 앵벌이를 나선다.
지하철에서 병자 행세로 구걸하는 것인데 길산은 그만 선로로 떨어진다.
눈이 안 보이기에, 그나마 별 탈 없이 찰과상만 입었다.
집에 돌아온 둘은 TV를 보며 인형의 눈을 붙이는데
자막으로 어제 교통사고로 죽은 사먕자 명단이 나오고...
명식은 "신소옥"이란 명단을 보고 길산에게 자막을 보라고 말하나
동문서답을 하는 길산. 그때서야 비로소 매형이 시력이 없는 걸 알게 된다.
며칠 후, 명식이 소옥의 화장을 끝내고 돌아온다.
소옥이가 엄마 덕에 미국에 유학갔다고.
그리고 도요도 팔고 잡종견 새끼를 얻어왔다.
그간 정들었던 손주와 도요를 한꺼번에 보낸 길주...
잡종견 새끼를 도요라고 부르며 끝난다.
현대 사회의 단절과 소외를 담아낸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하게 한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먹먹한 작품이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미한 빛은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관계, 용서, 그리고 희망의 가능성이다.
아직 공연이 안 된 작품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귀옥 '아빠!' (2) | 2025.03.19 |
---|---|
오태석 '비닐하우스' (2) | 2025.03.18 |
김민정 음악극 '에릭 사티' (7) | 2025.03.18 |
곽병창 '꼭두,꼭두!' (3) | 2025.03.17 |
김정률 '썪는 소리' (2) | 2025.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