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의 나라, 조선에 나이도 지위도 사는 지역도 다른
두 남자의 서신교류가 시작된다.
성균관 대사성인 퇴계 이황과 새내기 선비, 고봉 기대승.
이들은 지 역색과 당파싸움으로 물든 조선에서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며 뜨겁고 치열한 사단칠정 논쟁을 펼치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460년 전,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은 나이도 지위도 지역도 달랐지만 13년 동안 120여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단칠정을 논했다. 처음 만나 편지를 왕래했을 당시 이들의 나이차는 무려 26살로 퇴계는 성균관 대사성이라는 58살의 대학자였고, 고봉은 이제 갓 과거에 급제한 32살의 새내기 선비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며 뜨거운 교류를 나누었는데 이러한 고봉과 퇴계의 사상논쟁은 한국 성리학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공연은 총 7장으로 구성, ‘향기로운 만남’, ‘대사성의 편지’, ‘서로를 향한 마음’ 등 12곡의 연주곡과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류의 시작과 우정, 이별과 꿈속 재회, 영원한 만남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의 글 - 문진영
「조선 브로맨스」는 월봉서원에서의 장소 특정형 공연을 염두 하고 쓰여졌다.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을 주요 관객층으로 생각했으며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만큼 고봉전서에 기반한 구체적 사실 확인과 고증에 상당부분 공을 들였다. 작품을 쓰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은 조선시대 두 성리 학자의 사단칠정 논변이라는 다소 현학적인 주제를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5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가 왜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했다. 결국 고민의 끝에서 찾은 결론은 성리학사에서 사단칠정 논변이 갖는 학문적 의의를 전달하는 내용보다는 인간적인 고봉과 퇴계의 만남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하는 부분을 공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선 브로맨스」는 고봉과 퇴계가 주고받은 편지글에 음악작업을 해오신 이승규 선생님의 협업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이승규 선생님은 광주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오고 계셨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곡들을 음악극으로 묶는 작업을 계획하셨다. 따라서 먼저 만들어진 곡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 구성을 맞추었으며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메인 테마곡 등 몇 곡은 새롭게 작곡되었다.
「조선 브로맨스」는 2019년 초연 이후 월봉서원뿐 아니라 국회의원회관 등 다양한 교류의 장과 문화행사에 초청되어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이 공연을 함께 만드신 이승규 선생님과 성악가 권용만, 장호영, 여혁인 선생님, 배우 조혜수 씨 등 모두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과 가치 있는 역사 속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음악극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특별한 작업이었다.
조선 브로맨스」의 내용처럼 어떤 만남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역사의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낸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그 누군가를 예사롭지 않게 여겨야할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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