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근형 '귀신의 똥'

clint 2025. 1. 13. 09:18

 

 

 

귀신들 여러 명이 모여서 잡담을 늘어놓는다.
엄마귀신과 딸 귀신도 있다.
엄마귀신은 동네 건달들에게 강간을 당했단다.
그것도 딸이 어릴 때 같이 있는 데서.
이러하듯 귀신들도 제각기 사연이 많다.
그런데 이 귀신들이 먹으려 한 설사 한무더기가 있는데
모르는 어느 사람이 등장해 배고픈지 몽땅 먹어치웠다.
귀신 열받게 한 이 일로 귀신들은 이 사람을 두고두고 괴롭히기로 한다.
먼저 그 사람은 귀신들한테 몸에 난 털이란 털은 모두 뜯기는
형벌을 받는데....
이때 잠에서 깨어나는 아버지. 부인과 아들딸한테 헛소리를 한다.
그러고보니 온 몸에 털이란 털은 다 빠졌고...
게다가 입대 영장을 받은 아들과 같이 중년의 나이에 군대에
다시 징집된 아버지. 
아들과 같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아버지.
여기에 귀신들이 나타나 이들을 괴롭힌다.
총을 쏘는 아버지와 아들. 
그러나 죽는 것은 자신의 딸과 애엄마이다.
그리고 폭탄이 터진다.
꿈인가? 아니면 이들 가족 모두 죽은 걸까?  

 


재래 화장실 귀신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는 박근형 작<귀신의 똥> 

귀신이 싼 똥을 밥으로 잘못 알고 먹은 남자가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사건들이다.

자존심이 상한 귀신들은 거지와 그 가족을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귀신이야기지만 재미있는 대사와 구성이다, 
중년의 나이에 군대에 다시 징집된 아버지의 우스꽝스런 악몽이 안기는 웃음이, 

'귀신의 복수'라는 본래의 테마와 어울어진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현실인지 애매한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작가 박근형
1960년대 이후, 즉 70년대의 서구 모더니즘과 한국적 전통회복의 물결 속에서, 80년대 마당극 열풍 아래,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유희와 놀이적 풍토 아래 잊혀지고 묵살되었던 일상성의 회복이란 측면에서 박근형 연극의 독창성은 뭐라 한마디 정의 내리기 힘들다. 그만큼 미묘하고 감칠맛이 있다. 굳이 기존의 개념을 빌면 미니멀리즘일수도 있고, 하이퍼리얼리즘의 혹은 환타스틱 리얼리즘의 요소도 갖추고 있으며 해럴드 핀터나 샘 셰퍼트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이면서 동시에 섬뜩한 환상이나 해괴할 정도의 의외성과 뒤얽혀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박근형은 아주 어눌하게, 뻔뻔스럽다 싶을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끌어나간다. 그는 절대로 흥분하지 않으며 그의 불온함은 오히려 무감각함에 기반한 엉뚱한 유머감각으로 빚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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