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어느 극장의 분장실, 햄릿 마지막 공연이 오르기 전이다.
무대감독의 마지막 코멘트와 함께 유명한 A.C.T 극단의 연출가 빌 볼씨가
관객으로 온다는 말을 듣고, 배우들의 신경은 예민해진다.
사이가 좋지 않던 래리와 데이빗의 말싸움이 벌어지고,
앨런은 연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부인과 아이들의 양육 문제로 심각해진다.
기대치 않던 오디션에 앤이 합격하자 모두 축하하는 동료들과 달리 남편 스캇은 반대한다.
일과 사랑을 두고 배우들 모두가 고민하는 가운데,
스캇이 공연시간을 몇 분 남겨두지 않고 나가버린다.
둘만 남은 분장실에서 데이빗은 로리에게 반지를 주며 청혼을 하지만
로리는 늘 장난처럼 자신을 대하는 데이빗에게 불만을 토로하며 거절한다.
이에 누구보다도 분노한 래리와 데이빗과의 갈등이 고조된다.
막이 오르면 모든 문제들이 마술처럼 풀릴 것이라는
기대로 마지막 공연이 올라가는데...
"매직타임", "show time"은 무대 위에서 흐르는 시간을 말한다.
공연이 펼쳐지는 순간은 현실의 일상이 사라진 가상의 시간이니, 듣고 보면 그럴싸하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마치 무대 밖에서 ''세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대 위의 현실은 멈춰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두 개의 시공간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는 점이 『매직타임』을 더욱 맛깔스럽고 재미나게 한다.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는 『햄릿』공연의 마지막 날 분장실이 『매직타임』의 배경이다. 가장 흥분되면서도 의욕과 열정이 최고조에 달하기 마련인 마지막 공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간이 임박하도록 나타나지 않는 배우와 그런 배우들을 닦달하는 무대감독, 거울을 보며 주인공인양 목소리를 깔고 대사를 열심히 읊조리는 배우, 집에는 가지 않고 밤마다 극장 신세를 지는 단역 배우, 오디션을 본 일을 얘기하고 통과한 것에 다같이(?) 기뻐하는 모습,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론가의 호평에 흥분하는 배우, 돈줄이 되지 못하는 연극인생의 신세를 한탄하는 배우 등 무대 뒤 분장실에서 늘어놓는 배우들의 수다와 넋두리가 진솔하게 그려진다. 환상의 공간을 한 발 앞두고 있지만 그 환상의 이면에 놓여 있는 지극히 평범한 고민투성이의 일상 속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왁자지껄함에 관객은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대 뒤편 분장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펼쳐 보인 것이 『매직타임』의 전부는 아니다. 또 다른 양념은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무대를 사랑하고 무대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사랑''이 더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또, 인상에 깊이 남는 건 데이빗(극 중 극의 ''햄릿'')을 조롱하며 레리(극 중 극의 ''레어티즈'')가 햄릿의 대사를 읊으며 보이는 액팅은 ''어~!''하는 감탄사마저도 삼키게 할 만큼..... ''유려''하다. (화려하지 않은 격조있는 우아함이 깃든...) 그런데 그 모습은 순간 "유려"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매직타임』은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인생얘기를 해보자는 작품", "특별난 연출적인 기교 없이 쉽고 편한 게 매력”이라는 말처럼 요란하지 않은 웃음과 인간의 진솔한 관계, 무대에 대한 열정이 적절히 버무려진 신나고 깔끔한 극이다
초연: 1979년 4월 25일. 제임스 셔먼의 모교인 Brandeis University에서 공연,
연출은 다니엘 기드론(Daniel Gidron)이 맡았다.
뉴욕에서의 공연 1981년 12월 7일.<The Actors and Directors Theatre>에서
헨리 호프만 (Henry Hoffman)의 연출로 공연되었다.
작품의 제목인 무대 위에서 흐르는 시간, 그것이 바로 "매직타임"이며,
무대 밖에서 흐르는 시간은 "세월"인 것이다.
제임스 셔먼 James Sherman
<매직타임><이삭의 하느님><80%씨><멋쟁이 조롱><부자병>등의 작가.
그는 즉흥성을 위주로 교육하는 시카고의<THE Second City>극장에서 작가 및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메사추세츠 Brandeis University에서 실기석사 학위(M.F.A)를 받았고 1986년 이후 빅토리 가든즈극장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셔먼이 쓴 <멋쟁이 조롱>이라는 작품은 가정희극으로 빅토리 가든즈 극단의 30년 역사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유태인 처녀가 비유태인 남자를 사랑하여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부모님께 허락을 받지 못할 것 같아 유태인 남자 경호원을 고용한다. 그녀는 결국 그와 사랑에 빠지고 뭔가 숨기는 것을 눈치 채 그의 오빠가 개입되면서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시카고에서 1년 동안,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년 반 동안 공연되었다. <멋쟁이 조롱><매직타임><이삭의 하느님><80%씨><두 번째 처 놀리기><로맨스 인 디(D)>등의 작품들은 출판되어 정규적으로 미국 전역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영국, 독일, 터키,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의 세계 전역에서 공연되고 있다. 제임스는 The Second City극단의 교육센터, 시카고 극작가 웍샵, 빅토리 가든즈 극장에서 극작과 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2000년 박광정 연출의<매직타임>국내 공연을 계기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2001년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기도 했다. 20세기 초, 동유럽에서 수많은 유태인들이 시카고에 정착하였는데 셔먼도 그 중의 하나이며 희극작가 라는 이유로 1985년<이삭의 하느님>이라는 작품 이후 링컨가의 닐 사이먼(Neil Sim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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