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빠지고 섹시하고 흑진주 같은 미녀 시디가 있다.
마치, 미스 아프리카처럼 온 세상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녀를 두고
혼인 상대로 찜한 진보적 학자 라쿤네와, 부족의 족장 바로카가 있다.
시디는 신랑 후보 둘을 놓고 갈등을 한다.
라쿤레는 그 마을 최고의 미인 시디를 유혹하는 과정에서
그의 경박성을 드러냄으로써 시디에게 조소당하고
결국 시디는 족장 바로카와 결혼한다는 얘기다.
사자와 보석. 198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나이지리아의 작가 월레 소잉카 작품 중 전통과 현대의 갈등을 보다 가식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로 극 중간 마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춤과 노래와 무언극이 백미이다.
이 작품은 요르바의 전통적 가치를 대표하는 족장 바로카와 유럽의 근대적인 가치를 대변하는 젊은 선생 라쿤레의 대결구도가 펼쳐진다. 이 두 인물 혹은 두 가치관 사이의 대결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연인 시디의 마음을 누가 사로잡느냐하는 구체적 사건으로 발전된다. 작품 안에 풍부하게 드러나는 아프리카 식 성적 메타포의 사용이 매우 흥미롭다.
원래 소잉카는 나이지리아가 아직 식민지였던 1934년에 태어나 전형적인 식민지치하 엘리트코스를 밟아 교육받은 사람으로 위에 말한 문화충돌의 과도기적 현상을 경험하였다. 그의 초기작품 중의 하나인 ‘사자와 보석(Lion and Jewe)'은 그런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의 작품경향를 알고 있다면 시작부터 결과를 예상했지만, 아프리카 신생독립국이 개방을 통한 서구 문명의 흡수 진보보다는 전통의 말살과 파괴를 걱정하는, 옛것과 새것에 있어 평화로운 구조조정과 조화로운 인수합병을 원하는 작가의 저항정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월레 소잉카 (Wole Soyinka)
아프리카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반체제 작가. 1934년 나이지리아 생. 1952~54년 나이지리아의 이바단대학에서 그리스어, 영어, 역사를 공부한 소잉카는 영국으로 건너가 리즈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자신의 몇몇 초기 희곡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런던 왕립궁정극단에서 희곡 강사로 일했다. 1960년 서아프리카 극예술을 연구하기 위해 나이지리아로 돌아왔으며 이후 반정부 활동으로 수차례 수감되었다. 1969년 10월 출감해 이바단대학 극예술학과장이 되었지만 그 이듬해 스스로 5년에 걸친 유럽 망명길에 올랐다. 망명 시기 동안에는 케임브리지대학과 가나대학에서 가르쳤다. 1970년대와 80년대 소잉카는 나이지리아의 전역을 아우르는 정치적 힘이었다. 하버드대, 예일대, 코넬대, 케임브리지대 등 많은 대학의 초빙교수로 활동했다. 198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학술원은 그의 작품을 ‘영어로 쓰인 희곡들 가운데 가장 섬세하고 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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