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셰익스피어 양정웅 재구성 '로미오와 줄리엣'

clint 2024. 10. 2. 18:32

 

 

줄거리는 원작을 따라간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별이 바뀐다.
명문 가문인 몬테규가의 외동딸 로미오는 캐플릿가의 무도회에 
친구들과 함께 몰래 들어갔다가 그만 캐플릿가의 외동아들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날 밤 그 집 정원으로 다시 숨어 들어간 로미오는 줄리엣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결혼을 약속한다.
이튿날 두 사람은 로렌스님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이는 비극적 사랑의 시작이었다.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가 로미오의 친구 머큐소간에 싸움으로 번지며 
머큐소가 죽는다. 이에 격분한 로미오는 총으로 티볼트를 쏘아죽인다.
이 죽음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시 함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운명의 간계에 의한 로미오와 줄리엣 죽음은 스치듯 이어진다.

 



팝아트 풍의 원색적인 무대에 후드티와 트레이닝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나타나 서로 치고받는 난장판을 벌인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재구성·연출 양정웅)은 대단히 강렬하고 난폭하며 전복적인 방식으로 셰익스피어 원작을 재해석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남녀 주인공의 성(性)을 바꿨다는 점. 로미오는 선머슴 같은 건달패 여성으로, 줄리엣은 모친의 과보호를 받는 마마보이로 나온다. 여성은 적극적으로 프러포즈를 하고 나서며, 남성은 섬세하고 부드럽게 그 사랑을 음미한다.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듯 보면서  "난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너한테 미쳤어"라고 외치는 장면은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사랑'의 극적인 표현이다. 키스신도 많고 코믹한 장면도 많이 연출된다. 현재로 무대를 설정했기에 햔재 의상에 핸드폰도 나온다. 기성 가치를 거부하고 파멸을 향해 출구 없이 질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너무 과속하는 거 아니냐는 비평도 따라다닌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달리 양정웅이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에 적극적인 여성 로미오와 수줍게 자신의 마음을 내어보이는 남성 줄리엣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양정웅 연출은 "요새는 남녀의 역할이 바뀐 것 같지 않냐"며 운을 뗐다. 이어 "가슴으로 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요즘 제 인생의 가장 큰 화두가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에요. 저 역시 오랫동안 머리로만 살아와서 가슴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 않거든요. 비단 남녀만의 사랑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삶에서 '가슴'이 많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이 눈에 들어왔어요. 아마 이들은 오직 감정만으로 서로를 대한 진정한 사랑의 원형이 아닐까 싶어요.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사람의 베이스는 무엇이며 이데올로기는 무엇인지 중요치 않은 거죠. 지금 우리에겐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순수한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결국 새로운 캐릭터로 옷 입은 셈이다. 고전속 셰익스피어를 넘어 현대 한국 관객이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고 싶었고 결국 원작은 살리되 캐릭터를 살짝 바꾸는 재치를 가미했단다. "요새는 여자들이 더 적극적이잖아요. 남자들이 오히려 소극적이고 순수한 판타지를 그리는 경우가 많죠.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로 접근해봤어요. 처음엔 배우들이 이름을 많이 헷갈려 했지만 작업 과정이 재미있어요. 극단만의 해석으로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은 그대로 두고 성(性)만 바꿈으로써 관객이 친숙하게 관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의 성(性)을 바꾸긴 했지만 작품을 진행할수록 남성성과 여성성이 과연 중요한가 싶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남성과 여성의 경계는 과연 무엇인지 부단히 질문했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보여줄 것은 남성과 여성이 아닌 '인간'이라는 결론이다. 아무튼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강렬하게 솟아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강렬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