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전상배 '초대-바다에게 말을 걸다'

clint 2024. 8. 3. 21:03

 

 

잠에서 깨어나 알 수 없는 낯선 공간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어느 낯선 공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헤매기 시작하는 여자.

여자는 시간여행 탓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여행자는 여자를 보살펴주지만 여자는 시간여행자의 보살핌을

통제라 생각한다. 시간여행자로부터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자 애쓰는 여자.

시간여행자는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금에 만족할 것을 권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기억을 잃고 방황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존재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결국 시간여행자는 그녀의 기억을 찾도록 허락하지만

너무나 큰 아픔과 고통의 기억들이 그녀를 찾아온다.

그리고 시간여행자와 여자는 아픈 기억에 관한 치열한 논쟁을 시작하고,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존재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갈등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초대'(전상배 작)는 제주를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부터 4·3사건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살아낸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시간여행자' 설정이 흥미롭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시간여행자와 함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전 작가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권력과 폭력이 부른 선량한 민간인 학살, 상흔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 여자의 아픈 기억을 통해 역사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가의 글 - 전상배

사람이 살아가는 역사는 온갖 아픔들의 흔적이다. 이제는 그 아픔의 역사를 아픔으로 기억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극복해 나가는 아름다운 공존이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지혜롭게 공생하는 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다. 제주 4.3항쟁은 대만의 2.28 사건과 많이 닮아 있다. 권력과 폭력이 부른 선량한 민간인들의 학살. 아마도 많은 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이러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정황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역사가 다시 되풀이될까 심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닮은꼴의 역사를 가진 두 나라의 배우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역사는 시공을 초월하여 미래의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므로, 대자연 속에서 사람이 사람 답게 살아가는 모습. 아름다운 모습으로 공존하 기를 바라는 우리의 미래. 그 미래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돌이켜 봄으로써 바른길을 갈 수 있길 바란다. 아름다운 공존이라는 해답을 찾기 위한 우리의 고민이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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