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미경 '초능력 갤러리'

clint 2024. 8. 5. 16:13

 

 

 

무대에는 한강 다리 위에 도착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단우, 루리, 하울, 세훈은 인터넷 커뮤니티 ‘초능력 갤러리’에서 만났다. 
깊은 우울을 나누고 이겨내려고 만난 4인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만다. 결국 자살을 결심하지만 혼자는 싫다. 
각자의 초능력으로 넷이 뭉치면 용기가 날 것 같다.
자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찾아 나선 4인방은 이상하게 매번 실패한다. 
20층 고층빌딩 옥상. 외딴 모텔. 
약국에서 수면제 사기, 그리고 단우의 집에서.... 
살고 싶어 애를 쓸 때는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다가 죽으려고 하니 
온 우주가 합심하여 방해하는 것 같다. 
때론 웃기고 때론 황당한 4인방 초능력자들은 
무사히 계획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한데 모인 친구들과 세운 치밀한 계획들은 
자꾸 틀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마침내 진짜 초능력을 발휘하려는 순간, 
등장하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불청객의 조언이 들려온다.
“저긴 안 튼튼할 거 같은데요.”
모든 게 지겨운 세상으로부터 해방이 필요한 지금,
마주하는 모든 순간의 감정을 감각하며 함께 달려나가자.

 


'초능력 갤러리'는 '그게 아닌데'로 각종 연극상을 휩쓴 이미경 작가의 
첫 청소년극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초능력 갤러리'에서 
만나 자살을 모의하는 청소년 4인방의 역동적이고도 처량한 
서울순례길을 담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근원에 대한 고민과 
우리 안에 숨겨진 그늘을 마주하고 위로를 건넨다. 
이 작가는 인터넷에 성행하는 우울증 커뮤니티, 자해 커뮤니티 등을 
직접 조사하고 '우울'과 '자기혐오'에 괴로워하는 
동시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작품에 반영했다. 

 

 

이미경 작가의 글
우연히 마주치는 불청객 때문인지, 미지의 방해 공작 때문인지 
이들의 여정은 점점 길어집니다.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처럼 수많은 아이가 거리를 떠돌고 있다. 
입시지옥, 폭력과 왕따, 가정불화 등의 괴로움에서 박차고 나왔지만, 
딱히 갈 곳이 없다. 반기를 든 것에 대한 대가는 가혹하다. 
그들은 누구보다 살고 싶어 벗어났을 뿐인데...
그들이 어쩌면 초능력 갤러리를 만들어
가짜 초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려
무지 용쓸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을 시작으로....

 

이미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