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은수 '모래가 되어 사라지고'

clint 2024. 8. 6. 15:44

 

 

 

황산벌 싸움에서 신라는 백제에게 번번이 패하고 있다.
허나 네 번씩이나 이긴 계백의 진중은 무료한 날이 계속 되어지고 
계백은 제갈 군사에게 산책이나 바둑이나 두자고 한다. 
망루지기가 개를 잡는데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사이 제갈은 신비한 군사로 기벌포 전투에서 바람의 방향을 바꿨다고 
오인 받아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사실화 되고 
상영장군은 제갈군사를 제 편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띨띨한 관창이 잡혀옴으로써 사건은 더욱 꼬이고  제갈 군사는 완전한 
도술사로 오해가 결정된다. 관창은 반굴을 찾는 과정에서 계백이 처자식을 
죽이고 출전한 사실과 5천결사대 가 김유신 대장군이 신라군을 

독려하기 위한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계백은 관창을 풀어주었으나 관창은 다시 백제 진영으로 오게 된다. 
이유인즉 살아서 신라로 오지 말고 당나라로 피신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죽은 자식으로 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벌포로 당나라 군사 1만 명의
군대가 온다고 거짓정보를 관창을 통하여 계백에게 흘러가게 만든다.
계백은 1만의 당나라 군대와 싸우기 위해 기벌포에 가서 전사하고 만다. 
허나 당나라 군대는 1만이 아니고 100만이었다.
겨우 살아남은 제갈과 관창. 왜나라로 도망가게 되는 과정에서 
제갈이 말한다.
"대접받으며 살아봤자 모두가 모래가 되어 사라질 뿐이야"라고...





역사를 현재의 거울이라 했다. 결국 역사 속에는 현재의 우리가 있고 현재의 사회가 있다. 그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 허영심이 많은 사람, 소심한 사람, 수다쟁이, 모두 분명 그 사회 속에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회는 역사가 된다.
지금 이 시대에는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전쟁이든 보이지 않는 전쟁이든... 그렇게 사회는 이어지고 역사는 기록된다. 하지만 기록은 그 전쟁의 승자에 의해 기록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된 역사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의문과 새로운 설들이 지금도 역사학자들에 의해 제기 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백제의 마지막에 대한 기록이다. 이 작품은 그 새로운 설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개성적인 인물들을 넣어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역사극을 코미디의 형식으로 재밌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개성적인 인물들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 그 어느 시대에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 사람의 삶을 옆에서 격어보지 않고 단지 몇 줄 기록된 것만으로 정형화하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다. 그런 상상으로 만들어낸 연극이 바로 <모래가 되어 사라지고.>이다. 결국 인간은 언젠가 모래가 되어 사라진다. 이 세상에 태어나 100년도 못 돼 모두가 모래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다. 이 모두가 역사를 소재로 현재의 모습을 좀 더 가깝게 그려보려는 의도이다.
자칫 거짓일 수도 있는 그 한 줄의 기록 때문에 되풀이되는 전쟁은 어쩌면 너무나 허무한 일이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기록된다.
연극 <모래가 되어 사라지고>는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지나간 역사, 
그 역사 속에서 진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정복자에 의해 기록된 문서만으로 진실이라고 믿어야하는
거짓과 진실의 종이 한 장 차이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더 나아가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심한 사람, 허풍장이, 겁쟁이, 단순한 사람 등등 세상 어디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백제 멸망의 이야기가 있는 황산벌 전투. 그 속에서 찾아내는 인간의 
욕망으로 벌어진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희로애락과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코미디로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역사라는 것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역사란 언제나 사실만을 기록한다고 하지만 그 시대, 그 상황에 따라 
달라 질수도 있다. 누가 정복자가 되느냐에 따라 역모를 한 반역자가 될 수도 
새로운 시대를 연 성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세세한 
이야기들은 정복자에 의해 미화 될 수도 거짓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상황까지 정확하게 사실대로 기록될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시각에서 역사를 보아야 하는가?
사람마다 많은 시각차를 느낄 수밖에 없다. 같은 사건을 가지고도 기록하는 
자의 성격에 따라 사실이 허구일 수 있고 허구사 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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