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승철 '꽁치구이'

clint 2024. 8. 7. 14:45

 

 

출근하는 아들 먹여 보내려 이른 아침부터 연기 피워가며

아들 좋아하는 꽁치구이로 엄마는 밥상을 차렸다.

늦잠 잔 아들은 밥도 꽁치도 못 먹고 서둘러 출근하고, 엄마는 야근하고

들어와 아들 꽁치구이 차지하고 아침밥 먹는 남편과 수다를 떤다.

그날 아들은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다.

그날 이후 엄마는 끼니마다 꽁치를 굽는다.

그날 아침 아들 좋아하는 꽁치구이 먹여 보내지 못한 게

엄마는 사무치게 아프다.

아버지는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모임에 나가 농성을 시작하는데...

 

 

 

노동자인 아들이 끔찍한 산재사고를 당함으로써 화목했던 한 가정이

비극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태안화력발전소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 등 청년 노동자들의 끊이지 않는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참혹한 현실의 사건을 강렬하게 투사하고 있지만

극은 꽤 덤덤한 시선으로 인물들의 고통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인물과 상황을 둘러싼 촘촘한 극구성에서

기인한 희곡의 안정감과 무게감이 크게 돋보인 작품이었다.

 

 

김승철

 

“맘껏 슬퍼할 권리라도 있어야, 이 사회가 막아내지 못한 불행한 사고들을

분이 풀릴 때까지 탓할 수 있기라도 해야, 그분들도 다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들에게 충분히 더 슬퍼해도 된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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