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로마 '홍두깨'

clint 2024. 6. 12. 10:28

 

 

지방대 4년재 대학 출신, 현 중소기업 사원 홍두깨. 
같이 입사한 전문대 출신 박대리는 아부를 잘해서 
진급한 거에 불만이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 못하는 것이 사장이하 
간부들의 무능이라고 여기는 그는 어제도 사장의 질타 
"암적인 존재"라는 데 열받아 밤새 투덜거리며 야근일을 한다. 
매일 일에 시달리고 퇴근 후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평범한 샐러리 홍두깨는 어느 날 노조 일에 얽힌 회사의 비리를 
파해치려는 박대리와 미스 백의 음모에 가담하게 되고 
불법 도청하는 박대리 편에 서서 사장과 간부들에게 행패를 부리는데... 
박대리는 이 일이 성공하면 노조위원장을 시켜준다 하고, 
사장은 폭행죄로 고소한다는 얘기도 떠돈다. 
홍두깨는 어째 될까?



연극 홍두깨는 자기 스스로는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의 야망도 가졌던 보통 젊은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소시민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며, 자신이 소시민이 된 것은 

자기의 잘못이 아니라 천재를 몰라주는 세상 사람이 바보이기

때문이라는 항변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승승장구하던 홍두깨가 잠에서 깨어나니

현실은 그대로이다. 일장춘몽이던가?

 



작가의 글 - 이로마 (1985년 스포츠서울 창간기념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아 만화계에 데뷔해 출세작스포츠서울에 일일 4컷만화 <홍두깨>를 시작으로 활동했다.)
데모가 유행병처럼 번져가고 있던 무렵인 85년 6월 22일 신문지면을 통해 홍두깨라는 어수룩하고 평범한 사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홍두깨는 독자들로 부터 많은 꾸지람을 들어야 했지요. 의식(?)이 없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의 신문만화들은 민중, 민주, 광주, 데모 등에 관한 것들이 단골 메뉴였으며, 그 후로도 정권이양, 총선, 5공비리, 고문, 노조 등이 4컷 만화의 수제로 이어져 왔지요. 한데 유독 홍두깨는 그런 것들과 전혀 무관한 또는 무관 심한듯한 내용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100원짜리 동전에 발발떤다든가, 아내의 가게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여사원의 엉덩이를 슬쩍 더듬기도 하고, 만원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귀를 뀐다든가, 회사에 출근만 하면 졸기만 하는 째째하고 멍청한 모습만 보여줬으니 의식없는 만화, 또는 의식없는 작가란 꾸중을 들어 마땅하겠지요. 그런데 그 의식없는 홍두깨를 좋아하는 독자가 의외로 많아서 그 힘으로 지금껏 버텨왔으며, 그 힘으로 희곡 아닌 희곡을 난생처음 써 보았습니다. 만화에서의 홍두깨는 무기력하고 의식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입니다만 무대에서의 홍두깨는 그러한 모든 행위를 번명하기에 급급하지요. 왜 자신이 무기력해야 하며, 왜 이리석으며, 왜 의식이 없어야 하는가를... 사실 변명하는 인간처럼 알미운 인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또한 남의 변명을 듣고 있는 것처럼 짜증나고 지루한 것도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두깨 변명의 장을 마련해주신 전통의 극단 “부활"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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