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clint 2024. 5. 19. 08:02

 

 

 

 

작품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두 번째 남편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집에는 두 하녀만이 남아 베르나르다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며

그녀를 혐오스럽고 권위적인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베르나르다의 성격은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조문을 온

여자들 앞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조문객들이 물러간 뒤

베르나르다는 자기의 다섯 딸들에게 8년 상을 강요하며

8년 동안 외부 세계와는 어떠한 관계도 갖지 말 것을 명령한다.

딸들은 불안해한다. 이미 성인이고 결혼할 나이가 지났거나

한창 사랑에 예민할 나이에 있는 그들은 독신녀로 늙어 갈까 두렵다.

어머니의 강압은 딸들의 사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삶에 대한 생명력과 대조를 이룬다.

베르나르다와 첫 번째 남편 사이에 난 장녀 앙구스티아스는 39세로

같은 마을의 젊고 매력적이고 건강한 25세의 남자 페페 엘 로마노의 청혼을

받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페페는 앙구스티아스가 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다른 딸들은 아버지로부터 거의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했다- 재산에 이끌려

그녀와의 결혼을 생각한다. 이런 페페의 등장이 베르나르다의 가족을 동요시키고

혼란 속으로 빠뜨린다. 앙구스티아스의 두 여동생인 마르티리오와 아델라도

그를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중 막내인 아델라가 페페의 관심을 끌고,

그들은 집안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열적인 밀 회를 갖는다.

베르나르다는 아델라와 페페의 만남에 대한 하녀 폰시아의 경고를 무시하고

페페 엘 로마노와 앙구스티아스의 결혼을 준비한다.

페페가 자기 것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질투심에 불탄 마르티리오는

아델라가 우리에서 페페와 만나고 있을 때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린다.

베르나르다는 급히 페페가 있는 곳으로 가 그를 향해 총을 쏜다.

그가 죽었다고 믿고 절망한 아델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처럼 작품은 죽음으로 시작되고 죽음으로 끝난다.

 

 

 

등장인물은 모두가 여자이기에 예전부터 여대에서 자주 공연 된 작품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로르카가 죽기 2개월 전인 1936 6월에 완성된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초연은 194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뤄졌으며, 1964년까지 스페인에서는 상연될 수 없었다. '스페인 시골 마을에 사는 여인들의 드라마'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스페인 남부 시골 마을에서 사랑을 놓고 격렬하고 노골적으로 대결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엄격한 의미로 어느 지역에서나 일어나는 삶의 이야기는 될 수 없다. 그리스 비극의 정수를 그대로 갖고 있는 스페인의 뜨거운 안달루시아와 같은 곳에서 질식할 것 같은 감금 상태에서 살도록 강요된 여자들에게나 가능한 숙명적인 사랑에 대한 집착과 투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르카의 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삶을 극 행위의 핵심 축인 ''을 중심으로 그려 나가되, 그 집은 '베르나르다 알바의 지배 아래 있는 집이다. 즉 베르나르다란 인물을 중심으로 그 집에 속해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인물에 예속되어 있다. 따라서 제목에서부터 밀폐된 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인물들의 내적 세계와 분위기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인간적·사회적 관계가 폐쇄된 집 내부에서 한 사람의 권력 남용으로 인해 충돌, 대립, 반목, 질시, 그리고 정열적인 감정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주제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바로 베르나르다로 대표되는 관습적이고 엄하며 권위적인 도덕과, 마리아 호세파와 아델라로 구체화되는 인간 본능의 자유에 대한 갈망의 대립이다. 인간 삶의 외형적인 요건들 인사회의 관례와 전형적인 전통 도덕에 지배 받는 삶의 형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와,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충돌에서 돌출될 수 있는 부차적인 논제들로는 인간의 감각적 사랑과 여자들만 사는 폐쇄된 공간에서의 여성의 남성에 대한 욕구라든가 거짓된 외형의 세계에 사는 인간의 위선 또는 증오와 시기심, 사회의 불의, 여성 소외, 그리고 명예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을 분석해 보면 우선 '베르나르다 알바는 이름부터 강하고 도덕적인 기질의 여자임을 암시하고 있다. '베르나르다'란 이름의 독일어 어원에는 '강한, 곰 같은 힘을 가진' 이란 뜻이 있고, '알바'는 그녀의 청결에 대한 집착과 남에게 흠 잡히지 않으려고 외형에 충실한 '흰색'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가 지닌 지팡이는 짚고 다니기 위함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권력의 상징이다. 그녀가 갖고 있는 요소는 모두가 부정적이다. 어머니나 주인으로서 권력을 휘두르고 말의 발정까지 조절하는, 지배욕이 강하고 거만하고 도전적이며 고집불통에 혐오스러울 정도로 야비하고 위선적이며 누구에게나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부농 계급으로 많은 밭을 소유하고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가축들'을 갖고 있어 마을에서 자기가 제1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녀를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그녀의 공격적인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그녀가 이웃 사람들의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녀 폰시아가 몰래 엿듣고 정탐해 온각 가족들의 감추고 싶은 비밀들을 그녀는 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의 힘은 재산이 많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이웃들의 숨기고 싶은 과거와 은밀한 삶을 알고 있다는 데 있다. 그녀에게 남의 괴로움은 최고의 즐거움이다하녀 '폰시아'는 어떤 면에선 베르나르다와 일치하는 인물로 성서의 본디오 빌라도에서 이름을 갖고 온 듯 그 인물에 상응하는 점이 많다. 자기가 일으킨 분규에서 발을 빼는 일이나, 그 분규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려고 비굴하기까지 한 면이 그렇다. 하녀이긴 하지만 베르나르다를 대신해 집 을 다스리는 주인이기도 하다. 베르나르다와 같은 나이로 전통적인 도덕관에 매여 사람들의 평판에 자기의 명예관을 두고 그것에 집착하며 사는 인물이다. 베르나르다의 딸들을 다스리며 충고도 하고 경고와 협박도 하는 인물로, 결국은 아델라와 충돌하고 만다다섯 딸들은 남자를 찾아 사랑하고 싶은 갈망과 필요성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그들 사이의 차이는 상당하다. '앙구스티아스'는 슬픈 얼굴에 생기가 없는 첫째 딸로 자기와 성격이 다른 사람들의 증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 덕분에 딸들 중 제일 부자지만 추녀에 병골이며 순진하다. '마그달레나' '아멜리아'는 둘째, 셋째딸로 큰 비중이 없는 인물로 나온다. 마그달레나는 걸핏하면 우는데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유일하게 운 딸이다. 행복을 원하나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자 체념하며 산다. 아멜리아는 모든 딸 중에서 가장 순박하다.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복종하며 남자들 앞에서는 그냥 부끄러울 뿐이다. '마르티리오'는 병골에 추녀이며 등이 굽었고, 생각이 복잡하며 언제나 도전적이다. 시기와 질투, 원한의 화신이다. '아델라' '고귀한 성품'을 의미하는 이름으로 정열적인 사랑의 힘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본능의 부름에 응할 줄 알고 자유에 대한 목마름을 느낄 줄 아는 막내딸이지만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더 나아가 '정숙하다는 말을 듣는 여자들에 대한 그녀의 반동은 실패하고 만다. '마리아 호세파'는 베르나르다의 팔순 노모로 정신병자다. 제정신으로 보고 판단하고 말할 때 거부당할 수 있는 내용 들을, 광기란 이름으로 포장해 삶의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녀의 눈은 손녀들의 열정을 관찰하고 이 해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녀의 광기는 상징적이다. 방에 감금당한 늙은 노파가 바닷가에서 결혼을 하고 싶단다. 처음 부터 침묵을 깨고 규칙을 어기면서 베르나르다와 대결하는 유일한 인물로 예언자적인 역할도 한다("그 사람은 너희를 집어삼킬 거다").

 

 

 

 

사건은 모두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서 일어난다. 장식은 가능한 한 단순하고 상징적이다. 1, 2, 3막의 무대 색은 '흰색'으로 '검은' 상복들과 대비되어 풀리지 않을 힘의 대결을 암시하고 있다. 집의 '두꺼운 벽'은 집 안의 일이 바깥으 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즉 내부 세계와 외부세계간의 절대적인 단절을 의미한다. '황포'로 된 주름 커튼이니 '부들로 된 의자'는 거칠고 딱딱한, 가정의 따스함을 느낄 수 없는, 그 집의 엄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장식물이다. 이런 거칠고 암울한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그림은 신화 속의 아득한, 환상적인 꿈의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 작품 내용 중에서 알게 되겠지만 할머니가 젊으셨을 때 만드신 그 액자 그림은 베르나르다 알바가 이끄는 그 집의 흰 벽과, 빛도 삶도 없는, 가구가 없으므로 실제적으 로 텅 빈 적막함, 단조로움과 너무도 상반된다. 이 공간에서 8년 상이 치러진다. "거리의 바람도 들어오지 않을" 8년이다. 2막의 집 안 색깔은 1막보다 덜 하얗다. 벽이 전보다 덜 하얀 데는 또 다른 상징이 있다. 3막은 안뜰이다. 흐린 불빛 만이 흐르고 하얀 벽은 숙명적인 일이 일어날 듯 차가운 푸른빛을 띠고 있다. 세 막의 무대는 모두 검소하고 단순하다는 게 특징이며 이는 단조로움과 폐쇄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외부 세계와의 격리된 공간인 집 실내와 안뜰의 색깔 변화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여자들의 암울함과 그들 개개인의 존재가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렇게 무대가 설정되면서 바깥세상인 거리, , 우리, 우물 등은 암시된 공간으로 나타난다. 집에는 베르나르다와 딸들 이 있고 거리에는 사내들과 이웃 여자들이 있으며 사랑과 기쁨과 도덕에 관한 질책과 소란함, 즉 삶이 있다. 이 두 세계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폰시아다. 그녀는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정탐해 베르나르다에게 이야기해준다. 두 개의 세계가 상징적으로 대면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거리, 즉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관객들은 그 세계를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파카라 로세티'의 모험담과 '리브라다' 딸의 처벌, '추수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와 '페페' '앙구스티아스'의 대화, 그리고 '페페' '아델라' 간의 사랑과 '아델라의 자살...’ 집안에는 더위와 증오와 침묵과 검은 상복이 있어서 '앙구 스티아스에겐 그곳이 지옥이고, '폰시아'에겐 수녀원이며, '아델라'에겐 형장이다. 바깥세상에는 자유가 있고 사랑이 있다.

 

 

 

 

로르카의 극작품은 시극으로 시가 갖는 서정미와 다의적인 상징성이 뛰어나다. 끝으로 앞서 본 것들 이외에 이 극작품에서 보이는 창조의 기둥인 상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그의 상징은 그의 시관과 인생관과 그의 대지에서 나온 소산물이다. 어휘 면에 있어서 상징을 보면 우선 '흰색'이 갖는 의미의 다양성이 있다. 문맥에 따라 결백, 외형상의 깨끗 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검은색과 대비했을 때는 삶이나 즐거움, 사랑,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당연히 검은색은 증오와 슬픔과 억압과 죽음을 나타낸다. 문을 발로 차 대는 '수말'은 성적 열정, 본능, 사랑에 대한 욕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페페 엘 로마노'는 끝부분에 암말을 타고 달아난다. 베르나르다의 정신 나간 노모가 안고 등장하는 ''은 어린애의 이미지와 번식력을 의미하기도 하고 희생을 뜻하기도 한다. 페페가 오기로 한 밤에 짖어 대는는 복종과 동물화를 의미한다. 즉 아델라가 페페에게 보이는 성적 복종과 그들의 관계를 상징한다. '나무'는 힘과 남성성을 상징하며 파카가 돌아올 때 머리에 꽂은 ''은 사랑과 정열을 의미한다. 로르카 작품 어디에나 등장하는 죽음과 에로티즘인 ''의 반대인 '태양'은 삶과 기쁨이다. ''의 상징적 표현으로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하나는 생명력, 삶과 에로티즘을 말하는 흘러가는 ''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을 의미하는 정체하고 있는 '우물'이다. 그리고 아델라가 입은 옷과 부채는 녹색이었고 이 '녹색'은 반동과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로르카의 상징은 어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우리의 극>이란 글에서 "나는 이 비극에서 많은 것을 생략했다. 쉬운 많은 노래와 시를 그린 내 작품이 검소하고 단순하 기를 원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대로 우선 이 작품에서 무대지문에 묘사된 배경은 살벌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조명과 의상에 대한 지문도 최소한만을 할애했다. 너무나 검소한 흰색과 검은색의 대조로만 보일 뿐이다. 이 삭막함으로 대립되는 힘들 간의 대결이 무의미하며 희망 없음을 보이고자 한 것이다. 인물의 대화에 함축된 의미도 상당하다. 예로 아델라가 페페 엘 로마노를 두고그는 나를 강가 등심초 숲으로 데리고 가"라고 말한다. '강가의 '등심초'가 난 곳은 사랑을 나누기 위한 가장 알맞은 장소로, '강이 있는 그 마을에는 습기(생명)가 있고 등심초가 있는 강가로 데려가는 것은 사랑으로 그녀를 이끌고 궁극적으로 결혼으로 초대함을 의미한다.

작품 전체를 두고 흐르는 그의 상징적 표현은 훨씬 더 문학성을 높여 주고 있다. 베르나르다가 이웃 여자들과 하녀들이 그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아니면 실제 갖고 있는 악의를 두고 "증오의 돌팔매"라고 말하는 것이나, "우리를 망치려고 다른 사람들이 일으키는 흙탕물"이란 표현의 함축성에 서, 우리는 보다 많은 내용들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황 지시문에서 "침묵이 흐른다"가 자주 나온다. 말한 내용보다 생략된 부분이 더 많은 것도 침묵 속에 더 많은, 말로 했을 경우 달아나 버릴 감정들을 확대· 지속시킴으로써 독자나 관객의 가슴에 여운으로 남겨놓는 한 방편이다. 등 장인물들이 되뇌는 질식할 것 같은 "더위"는 안달루시아의 여름 날씨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날씨를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은 그녀들이 억제하고 있는 욕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을 괴롭히는 더위 속에 흐르는 침묵은 마담 보바리가 시골 생활에서 느꼈던 삶의 권태나 공허함과 공통된 효과를 낳고, 이로 인해 로르카의 인물 각자가 인간 본성과 인간 존재에서 느끼는 허무에 대한 공포 앞에서 취하는 반동에 관객은 동참할 수 있게 된다행동 지시문에서도 상당수가 간결한 표현으로 절정에 도달한 장면을 상상하고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자면, 같은 마을에 살던, 자기 자식을 죽인 한 미혼모를 사람들이 죽이자고 외칠 때 아델라가 "자기 배를 움켜쥐고"라는 부분이 2막 끝부분에 나온다. 이때 베르나르다는 "경찰들이 오기 전에 그 여자를 끝내!", "그녀의 가슴을 달아오른 석탄으로 지져야 해!"라고 외쳤다. 여기서 우리는 이중의 메시지를 알 수 있다. 바로 아델라와 페페 엘 로마노의 관계와 그녀의 운명이다. 마지막 아델라가 목을 매 자살한 부분에서도 로르카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폰시아가 손을 목에 가져가며 아델라의 방에서 나온다. 그리고딸들이 뒤로 물러선다. 하녀가 성호를 긋는다. 베르나르다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행동 지시문뿐이다. 이 밖에 행동을 구체화하는 단 하나의 부사나 형용사도 없다. 인물들 간의 대화도 없다. 아주 차갑고 거리감 있는 지시문이다. 이는 안에서 타고 있는 감정 상태를 강하게 억제함으로써 더욱더 관객이나 독자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함이다.

 

 

 

 

로르카의 상징세계는 드라마의 공간 설정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작품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장소인 창문이 있다. 스페인에서 사회· 역사적으로 철창이 있는 창문은 관찰과 영접의 공간으로 개폐가 동시에 허락되는 금지와 개방의 두 얼굴을 가진 곳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스페인다운 곳이 안달루시아이며 이곳 풍습에 의하면 창문 창살 사이로 수많은 사랑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베르나르다의 집 창문도 보이지는 않지만 행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아델라와 마르티리오는 각자 자기 방 창문 앞에서 밤이면 약간의 옷만 걸친 채 불을 켜놓고 페페 엘 로마노가 자기들을 볼 수 있도록 서 있었다.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곡식 거두는 사내들의 합창에서도 "마을에 사는 여인들이여/ 창문과 문을 여시오. / 추수하는 사람이 자기의 모자를/ 장식할 장미를 청한다오"라고 하고 있고, 이 노랫소리가 멀어질 때 마르티리오는 우수에 젖어, 아델라는 격정적으로 노랫가락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는 끝내 창문으로 페페를 초대한다. 폰시아가 자기 남편이 될 사람과 처음 만났던 곳도 창문이었다. 두 사람이 30분 동안 입을 다문 채로 있다가 남편이 이리 와요. 좀 만지게"라고 말했던 곳이다. 다시 말해 감옥과 같은 집에서 자유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상징적인 창문과 우리다. 창문은 허락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만나는 곳이고, 우리는 세인이 금하고 도덕이 금하고 있는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만나는 곳이다. 이 작품에서 딸들이 바깥세상 그리고 남자들과 접촉하기 위해 달려가는 곳이 창문이다. 우리는 베르나르다의 남편과 하녀가 만났고 아델라와 페페가 밀회를 가졌으며 암말과의 교미를 기다리는 수말이 밤을 지새우는 곳이다끝으로 이 작품 전체가 상징적이다. 결국 숨겨 놓은 사랑, 금지된 사랑, 박해 받는 사랑의 종말은 죽음, 소외라는 것이다. 사회의 도덕과 관습이 요구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걷기를 고집하는 자의 비극적 운명은 죽음이라는 이야기다.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나 가슴과 머리의 싸움이 영원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인생을 초라하고 슬프고 고독하게 살더라 도 도덕적인 법규와 사회의 규율에 복종하려는 이성과, 끝 내는 소외 받고 거부당하고 죽음으로 갈 수도 있는, 자유로운 사랑과 삶의 자유를 찾아 반항하려는 가슴의 투쟁을.

 

Federico Garcia Lor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