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칼데론 '살라메아 시장'

clint 2024. 5. 22. 06:27

 

 

돈 알바로 대위는 살라메아를 지나면서 그곳의 부유한 농부 
페드로 크레스포의 집에서 그의 딸 이사벨을 보게 된다. 
군대를 이끌고 마을을 떠나게 된 대위는 이사벨의 미모를 잊지 못하고, 
마을로 돌아와 그녀를 납치하여 강간한다. 
그러는 와중에 크레스포가 시장으로 당선된다. 
비록 평민이지만 명예를 중시하던 크레스포는 대위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다 주겠으니 이사벨과 결혼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것이 가문의 명예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분차이를 이유로 대위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새로운 시장은 그를 교수형에 선고한다. 
이를 두고 군대와 살라메아 시장 간에 긴장감이 흐르는데....... 
이때 국왕이 들어와 시장의 판결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데....... 
과연, 이 결말은.... ?

 

 

 

 

시장 페드로의 아들이자 이사벨의 오빠인 후안이 있다.

후안은 아버지처럼 명예를 중시하지만 결과의 선택은 상반된다.

여동생 이사벨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벨의 비극적 사건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판단해 이사벨을 죽이려든다.

현대 이슬람 국가에서 행해지는 이른바 명예살인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때부터 권력의 무법에 대항해 복수와 법집행의 갈림길에 선

페드로의 모습은 교차하게 한다.
극에서 돈 로페라는 알바로 대위의 상관이다.

돈 로페라와 페드로는 계급제도 아래의 공적재판에 알바로 대위를 맡기는

것을 놓고 촌철살인의 대사와 방백으로 팽팽하게 대립한다.

관객은 이 대목에서 극의 긴장과 몰입을 느낀다.

페드로는 계급과 신분에 대항해 마을의 시장이라는 공적 권력의 힘을 빌려서

절차상의 순서는 무시하고 차분하게 계획적으로 잔혹하게 빠른 복수를 단행한다.

 

 

 

〈살라메아 시장〉은 로페 데 베가도 같은 제목의 작품이 있는데, 로페의 작품은 1636년 5월 12일 안토니오 데 프라도 극단이 초연한 것으로 칼데론의 작품 보다 로페의 작품이 먼저다. 칼데론 작품은 아마 1642년에서 1644년 사이에 씌어졌고, 그리고 제일 처음 출판된 것은 1651년으로 그리고 로페의 작품이건 이것이건 둘 다 같은 민간 전설에서 왔기 때문에 줄거리가 아주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가 살던 시대에 같은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많은 작품이 생산되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이 작품의 근본 주제는 크게 사랑과 정의와 명예로 볼 수 있다. 사랑은 그 시대 코메디아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사랑의 양상은 다른 코메디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아름답거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고, 사랑의 행태가 폭력과 육적 욕망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알바로 대위뿐만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시골 귀족 돈 멘도에게서도 사랑은 뒤틀린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이 작품은 다른 모습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사랑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이고 사회의 엄격한 형태를 차용하는 모습을 띠는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모습의 사랑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페드로 크레스포의 부성애가 있다. 크레스포의 두 자식에 대한 사랑은 이 작품의 사건 전개의 핵을 이루고 있으면서 작품의 서정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사벨과 후안의 형제애도 작품의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사랑의 또 다른 형태는 상호 존중의 우애가 있는데 이는 크레스포와 돈 로페 데 피게로아의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난 사랑은 황금 세기(17세기의 스페인을 지칭) 다른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사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선 무엇이든 해결하는 전지전능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대신에 남녀 간의 문제에서 제어할 수 없는 열정과 욕망이 폭력이라는 일탈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자연스럽게 정의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우선 민간과 군대 간 이익의 상충이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대립 점을 형성하면서 정의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16, 17세기에 스페인은 많은 전쟁을 겪게 되는데, 이로 인해 군대가 시골 마을을 지나는 일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현실은 공권력의 권력남용을 많이 낳게 되고 당연히 백성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칼데론은 작품에서 이 슬픈 현실을 이야기한다. 작품에서는 이사벨의 납치와 성폭행 사건으로 구체화되는데. 이에 대해 크레스포가 시장으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정의의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 시장으로 선출된 크레스포가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대위를 처형하면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그 당시 민선 평민 시장은 장교(혹은 귀족)에 대한 재판권이 없었다. 즉 당시의 법에 따르면 대위가 지신의 신병을 군사법정으로 이전해달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였다. 그런데 민선 평민 시장이 이를 거부하고 결국 그를 처형한다. 어떻게 보면 시장은 범법자를 벌함으로써 정의를 추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아무리 신흥 중산계급의 세력이 커져가던 시대라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귀족 체제였던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로서, 체제 부정적인 행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또한 결혼하기 전에 딸의 순결을 힘으로 빼앗은 것에 대한 아버지의 복수라는 성격이 강하게 드러남으로써 역시 정의 구현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 있다. 더구나 대위를 처형하기 전에 대위를 찾아가 자신의 딸과 결혼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일을 조용히 끝내길 바라나 대위가 그것을 거부하자 그를 처형한다는 점은 정의의 순수성을 의심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본다면 시장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 체제에서 시장의 행동은 정도를 지나쳤다고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정당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정의라는 것은 당대의 현실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자연법적인 용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에 나타난 정의관은 시대를 앞선 개념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페드로 크레스포는 정의를 구현하는 데 있어 지켜야 할 유일한 것이 공평 정대함이며, 계급 차이가 문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선진적인 사고방식, 즉 아주 민주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계급 차별적인 민주주의를 옹호한 것은 아니다. 그 시대에는 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한 의식도 전혀 없었고, 그것은 신의 섭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신이 우리에게 부여해주신 영혼의 산물인 명예는 모든 인간 이 똑같이 누려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의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후에 호닉이라는 학자는 독재적인 억압에 대한 목가적 인 도덕의 승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목가적 도덕의 핵심은 모든 인공적이고 거짓되고 형식화된 추상적인 것을 거부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형식의 엄격함에 얽매이지 않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는 스페인 문학에 깊은 전통을 가진 목가극과 목가소설의 핵심을 이루는 시상으로 로마 시대의 분권적인 행정 체제에서 비롯된 지방자치적인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인위적인 사회제도의 가치보다는 자연스러운, 즉 신에게서 부여받은 본질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작품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사회 지배층에 대한 민중 반란을 정당화한다거나 민주적인 인권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가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다. 예를 들면 크레스포의 보수적인 성격은 그가 새로운 사회질서와 법의 지배, 그리고 재판관으로 서의 권리를 언급하는 방식에 의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법의 힘을 빌려 당장에라도 법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오히려 무릎을 꿇고 딸과 결혼해달라고 간청하는 시정책을 얻기 위해 최후까지 위계질서를 위반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서 그런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크레스포의 행동도 결국에는 질서의 최고 위치에 있는 평에 의해 정당성을 갖게 된다. 또한 국왕이 유별나기는 하지만 부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크레스포의 보복 행위를 재가하고 종신 시장에 임명한 장면에서 스페인 절대왕정 시대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만들었던 펠리페 2세의 관대함을 보여준다.
작품에 나타난 명예의 문제에 대해 주요 등장인물은 나름대로 명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작품에서는 명예에 대한 두 개의 층위가 존재하고 있다. 대위와 돈 로페 데 피게로아와 돈 멘도가 생각하는 명예 대 페드로 크레스포가 생각하고 있는 명예의 개념이 있다. 먼저 귀족층(대위. 돈 로페. 돈 멘도)이 생각하는 명예는 계급 질서 상 자연스럽게 파생된 사회적인 권위나 위엄이다. 반면에 크레스포는 명예를 신에게서 부여받은 '영혼의 자산' 이라고 여기고 있다. 즉 귀족층의 명예는 사회적인 것인 반면에 크레스포의 명예는 개인적이고 종교적, 도덕적인 것이다. 두 개의 명예가 서로 충돌했을 때, 개인적인 명예에 더 우선권을 주신 것이다. 이 〈살라메아 시장〉은 당대의 스페인의 '명예'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현대에는 상당히 생소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이 작품에는 스페인적인 것을 넘어서는 보편성이 내재해있다고 본다. 앞서 말한 인간의 존엄성, 도덕성 같은 것이 그것이다.

 

 

페드로 칼데론 데라바르카(Pedro Calderón de la Barca, 1600년 1월 17일 ~ 1681년 5월 25일)는 에스파냐의 극작가이다. '황금세기'의 4대 극작가의 한 사람이다. 마드리드에서 출생, 살라망카 대학에서 수학하고 궁정시인이 되었다. 그의 방대한 양의 작품 특징은 가톨릭에의 절대적 귀의, 국왕에의 충성, 극단적으로 명예를 존중하는 명예감정이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일반적으로 유형적이었으나 로페 데 베가의 뒤를 물려받아 오랫동안 연극계에 군림했는데 그의 죽음과 함께 황금세기는 그 막을 내렸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살라메아 시장> <인생은 꿈> 등이 있는데 19세기에 독일 낭만파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괴테는 "셰익스피어가 포도송이라면 칼데론은 포드즙이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