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미현 '갈수록 가관이네!'

clint 2023. 7. 6. 11:40

 

'거품과 대박의 차이, 우리나라에 그딴 없다. 적어도 부동산에서는 말이다.

거품이나 대박이나 매한가지' 성실하게 살았던 집안의 인간들이

순식간에 신념이나 가치관이 무너진 아니다.

애초부터도, 특별한 신념 없이 그냥 대충들 살았던 인간들이니깐!

그런데 이렇게 사이비 종교에 빠지듯 맹목적으로 부동산 열풍에 뛰어들겠다고, 줄은 몰랐다.

소위 '노가다판'이라는 곳에서 노동만 하던 아빠가, 돈을 탈탈 털어

집에서 좀비처럼 지내던 형을 부동산 개발회사에 취업시켜 주었단다.

그리고 거품과 대박의 차이는 없단다. 그냥 터지면 대박인 거고, 터지면 쪽박이란다.

그러면서 아빠는 내게 학교 자퇴를 하란다.

겨우 여1학년이고 전교 1등인데 자랑스러워하지는 못할망정

공부는 필요가 없고 부동산 사관학교에 들어가란다.

아이고 신세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가출이라도 해야 하나?

뭔가 심상치 않은 바람이 같은데... 정말 노릇을 어쩌냐?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부동산일 것이다. 부동산을 운용해 자신의 부를 늘리려는 사람도 있고 ‘저 많은 집 중 내가 살 집이 없다니’ 하고 눈물을 삼키는 이들도 있다. 연극 ‘갈수록 가관이네!’는 부동산 문제를 유쾌하면서도 신랄하게 풀어낸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부동산 소유와 투자 대박의 열망을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다. 극은 부동산 열풍으로 생겨난 여러 사회적 부조리들 속에서 표출되는 인물들의 욕망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이들의 고군분투를 재치 있고도 묵직하게 다룬다.

 


 
윤미현 작가는 동시대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매력이 돋보이는 극작가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부동산 문제를 의도적인 왜곡과 비약의 문법으로 표현한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부동산 공화국’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부동산이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신랄한 풍자로 담아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용근 '화부'  (1) 2023.07.08
위기훈 '역사의 제단'  (1) 2023.07.07
위기훈 '갑신의 거(甲申의 擧)'  (1) 2023.07.05
이숙인 '원룸 빌 콤플렉스'  (1) 2023.07.04
안정민 '사랑연습-갈비뼈타령'  (1)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