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콤므 드 벨시즈 '너 자신이 되라'

clint 2023. 2. 26. 08:29

 

청소용 세제 락스를 생산하는 어느 유명 회사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취업 면접 상황이다. 사무실 벽에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문구가 붙어져 있다. 이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여성 부장이 이 부서에 꼭 취업하고 싶어하는 한 면접자를 앞에 두고 이제 취업 유무가 결정 되는 최종 면접이다. 앞을 못 보는 장님인 부장은 신비주의에 가까운 락스 제품 홍보 전략을 내세우며 함께 일 할 수 있는 직원이 될지를 여러모로 테스트한다. 최종심에 올라온 면접자는 젊고 성실하고 의욕적이며 좋은 학벌과 인턴 경험이 많은, 나무랄 게 없어 보이는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부장은 이력서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곧바로 엉뚱하면서도 불안하게 하는 실존적인 질문으로 넘어간다. 취업 면접에서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어디까지 응할 수 있을까?

 

프랑스 작품 답게 굉장히 독특하다. 청소용 세제인 락스를 생산하는 유명 회사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취업 면접상황으로 시작된다. 온 세상을 정화시키다 못해 인간의 내면까지 정화시킬 것 같은 락스에 대한 철학이 묘하게 주의를 집중시킨다. 이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부서 여성 부장은 한 면접자를 앞에 두고 최종 면접을 보고 있다. 면접자는 이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준비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업무를 파악하고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이 남성은 이곳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면접을 보고 있는 여성 부장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다. 그녀는 이 남성이 자신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직원이 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테스트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테스트가 조금 이상하다. 끊임없이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남자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업무를 위한 홍보 전략을 물어보는 것도 아니고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남자는 자신이 성실하고 의욕적이며 다양한 실무 능력이 있음을 어필하지만 부장은 이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녀는 집요하게자기 자신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한다.
사무실 벽면에는 소크라테스의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이 문장을 비웃듯 자신을 상품으로 팔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남자는 이 황당한 요구에 처음에는 저항을 하지만 조금씩 부장의 요구대로 행동한다. 급기야 부장은 자신을 유혹하라는 요구를 하게 되고 남자는 이번에도 요구를 받아들이고 만다.
 

이게 도대체 면접시험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은 순간 부장은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정말 이곳에 취업을 하고 싶다면 목숨을 걸 수 있냐고. 이 남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회사 취업에 성공을 할 수 있을까? 시종일관 당황스러웠던 마음은 극이 끝나는 순간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된다. 락스라는 물건을 팔기 위해 자신까지 상품으로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이 연극은 현실보다 덜 잔인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상품으로 팔아야 하는 것은 직장에서 만은 아니다. 각종 sns에서는 스스로가 상품이 된다. 스스로가 콘텐츠가 되고 스스로가 상품이 되고 스스로가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너 자신이 되라(Soyez vous-méme)>는 신예 프랑스작가 콤 드 벨시즈가 201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가와 작품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이 작품은 청소용 세제 락스'를 생산하는 자벨이라는 유명 회사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취업 면접 상황을 보여주는 2인극이다. 여성 인물 두 명이 등장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를 고대 그리스어로 벽에 붙여놓 은 사무실에서, 홍보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여성 부장이 이 부서에 꼭 취업하고 싶어 하는 한 젊은 여성을 앞에 두고 최종면접을 보는 중이다. 시각장애인인 이 여성부장 은 신비주의에 가까운 락스 제품 홍보전략을 내세우며 함께 일할 직원을 뽑기 위해 여러모로 독특한 테스트를 한다.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젊은 여성은 성실하고 의욕적이며 스펙도 아주 좋지만, 부장은 이력서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곧바로 엉뚱하면서도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실존적인 질문으로 넘어간다.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물으며 '너 자신이 되라'(Be Yourself)고 요구한다. 취업면접에서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어디까지 응할 수 있을까?

젊은 여성은 부장의 요구를 반박하거나 거부하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결국 모든 요구에 응하게 된다. 이 작품은 수많은 취업 면접자들 사이의 무한경쟁 상황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최종 선택을 앞둔 마지막 단계, 1 1 최종 면접의 순간을 보여준다. 경쟁자는 다른 면접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며, 면접을 통과할 방법은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뿐이다이 취업 인터뷰는 사회 통념적인 코드를 넘나들면서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파고들 뿐만 아니라 절대자, 존재미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이력서에 써진 대로가 아닌,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숨겨진 진정한 자기 자신을 보여 달라는 권력자의 요구에 구직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던지며 스스로 노예가 되어 간다. 모욕, 위협, 유혹, 협박을 견뎌내고 위험을 감수한 채 극한 게임에 응한다.

상황을 과장하고 있긴 하지만 취업시장, 노동시장에 서 부딪히는 권력 관계의 폭력성, 성폭력, 번아웃, 부조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 외 예술, 죽음, 사회에 대한 회의, 사랑에 대해서도 종횡무진 무질서하게 곧장 질문을 던진다. 그로테스크, 부조리, , 풍자, 철학적인 질문들 사이에 놓인 <너 자신이 되라>는 냉소적이면서 신랄하게 허를 찌르는 풍자 코미디이자 스릴러, 사실주의적인 여러 스타일과 상황이 뒤섞인 판타지, 희비극이라 할 수 있다.

 

 

2장 초반에 나오는 대사이지만 이 작품의 핵심 주제를 잘 보여준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시와 철학의 신) 신전 현판에는 '너 자신을 알라'(Gnôthi seautón)라는 문구가 고대 그리스어로 새겨져 있었다.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70~BC 399)의 유명한 어록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 "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지식이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라, 항상 모른다는 것을 앎과 동시에 그 모르는 것을 알려 노력해야 한다, 신 앞에서 인간의 지혜는 보잘것없으니 늘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신의 자리를 넘보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라, 자신의 성향, 약점,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자기 자신을 깨닫고 진리를 발견하라, 인간 안에는 마음, 즉 영혼이 존재한다, 영혼에 대한 진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깨달아야 한다...등등. 소크라테스가 등장하고 나서야 비로소 존재의 근원에 대한 물음이 철학의 주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고대 철학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 는 명제를 가지고 21세기 동시대 작가 콤 드 벨 시즈는 오늘날 자기계발 비즈니스에서 흔히 쓰이고 있기도 한 슬로건 '너 자신이 되라'(Be Yourself)를 패러디하고 풍자하고 비판한다. 결국 이 두 명구를 기반으로 창작한 셈이다. 이 작품은 배우 출신이자 젊은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콤드 벨시즈가 한동안 아르바이트로 회사 간부들과 학생들에게 대화술과 취업에 대해 코칭한 경험에서 창작 아이디어를 얻어 쓴 것이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이 작품은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부분이 섞여있긴 해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믿는 취업 희망자와 전혀 준비가 안 되었다고 보는 매우 전문적인 취업 코치, 라이프 코치의 교정과정, 그 현장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편, 이 작품은 취업코칭 비즈니스에서 남발되고 있는 심리적 슬로건 '너 자신이 되라'가 취업 희망자를 노동시장에 맞춤 재단하고, 외모 중심 사회에서 자신을 상품화도록 훈련시키고, 잔인한 현실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게 훈련시키는 과정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인물 '부장'은 코칭 협회 소속 고위 임원이나 또는 그런 회사의 중역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종 면접에서 부장은 '젊은 여성'의 이력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몇 가지 사적인 엉뚱한 테스트를 한 다음, 마지막으로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이 되라', 자기 자신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 자신이 될 수 있을까?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일까? 어디까지? 나는 누구인가? 자기 자신을 모르면 자기 자신이 될 수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인간 본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관 계를 은유적으로 보여 준다. 여기에는 팽창하고 있는 자기계발 비즈니스, 그리고 이 분야의 코치들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 스며 있다. 간단히 말해, 언제나 밝게 웃으며 명랑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업 코칭에 대한 비판과 풍자다. 이를 위해 취업이나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분석, 원가, 플래닝, 매니지먼트, 전략, 커뮤니케이션, 조직, 효율, 목표, 소비자 등의 용어들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지혜를 위해 신전에 '너 자신을 알라'고 썼겠지만,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이 신이고, 돈을 모시는 신전은 높은 석주를 세운 화려한 백화점, 은행, 기업들의 고층건물일 것이다.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신전에 들어가기 위한 취업 면접에서 '너 자신이 되라'는 요구는 당연하게도 애초에 불가능하고 부조리한 것이다.

 

 

콤므 벨시즈

프랑스 극작가, 연출가로서 파리 소르본느 대학 졸업 클로드 마티유 연극학교에 들어가 연기를 전공한 이후부터 주로 극작과 연출작업에 전념한다. 2005년에 /연출한 <유랑하는 자들>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에서 초연하고 작품으로 2005파리 젋은 재능상 수상한다. 다수의 연극작품의 극작가이자 연출로 활동하며 오페라연출에도 두각을 나타낸다.

Côme de Bellesc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