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시야는 병약한 부농 표트르의 재혼한 아내이다. 아름답고 허영심 많은 그녀는 니키타 라는 젊은 일꾼을 유혹한다. 방탕한 니키타를 소유하고자한 아니시야의 집착은 니키타의 어머니 마트료나의 유혹에 넘어가 남편을 독살하고 만다. 니키타는 아니시야와 결혼을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며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의붓딸 아쿨리나와의 관계에서 자식을 낳게 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앞에서 지난날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 마트료나와 아니시야는 또 다른 죄를 짓게 된다. 죄가 죄를 낳고 죄의 구렁에 빠지게 된 이들은 결국 핏줄인 아쿨리나의 영아까지 살해하기에 이른다. 자식의 살해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고통 받던 니키타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된다.
농부의 욕정, 간통, 영아 살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에의 고백을 강렬하게 묘사한 톨스토이의 이 예술적 능력은 이 극을 자연주의 드라마에 존재하는 두 가지 주요 흐름 가운데 한 예를 가장 폭넓게 수행한 것으로 그 중심 자리에 놓게 한다. 즉 보통의 독자와 연극 팬이 잘 모르거나 혹은 모르기 쉬운 사회의 한 부분을 널리 알려주는<사건의 무대>에 대하여 명백한 그리고 탁월한 묘사를 보여준 것이다. 무지와 빈곤이 지배하던 그 무렵 농촌에서의 근친상간과 사생아살해를 주제로 인간을 유혹하여 타락시키는 어둠의 힘이 인간의 영혼 속에 있는 신의 힘에 대항하는 난폭함을 그렸다. 제목에서 어둠이란 인간 본능의 지극히 파괴적인 것, 여러 악의 근원이라고 할 성욕 그 자체를 가리킨다. 제목인<어둠의 힘, 또는 손톱 하나가 덫에 걸려도 작은 새의 목숨은 벌써 끝이다>가 말해 주듯이, 작자는 인간이 얼마나 약자인가라는 것에 대해서 과실이 과실을 낳고, 결국 어쩔 수 없는 파멸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더러운 영혼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정화, 구제하는 신의 위대한 힘을 찬양하고 있다. 소재는 툴라 법정의 한 사건에서 빌려온 것으로 당시 검열에 걸려 러시아에서는 올리지 못하고 1888년에 프랑스에서 공연돼 톨스토이의 명성을 높인 작품이다.
작가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서 뿐 아니라 교육자이며 도덕적 사상가, 종교가로서도 그의 가치는 대단하다. 리얼리즘에 입각한 그의 문학 작품은 무저항주의, 반전주의, 인도주의를 온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어떤 이는 톨스토이가 만약 살아 있었다면 세계 제1차 대전은 발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영향력 발휘한 인물이다. 그는 인생의 의의를 선의추구에 두고 있다. 그 목적을 위해서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선을 위해서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생활과 행동으로 보여 줘야한다는 실천적 사상가이다. 또한 러시아 농민들의 문맹퇴치를 위해 교육 사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활동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끝없이 노력하였다. 이러한 사상을 가진 작가는 【어둠의 힘】을 통해서도 선의 가치와 실천의 중요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연극계에서도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많이 공연 되어왔다. 그러나 이 【어둠의 힘】은 빼어난 수작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으로 감상할 기회가 없었다. 진리의 탐구 속에서 불안전한 지식과 불안전한 인간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것을 찾고자 노력한 작가의 세계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도덕성의 완성과 우리 사회의 평화와 행복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거장 톨스토이의 문학을 어떻게 표현 할 것인가? 사실주의적 배경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욕망과 그 욕망을 억압하는 사회적 도덕적, 물질적 갈등을 사실적 연기를 통한 심리변화에 중점을 두었다. 5막으로 구성된 사건들을 각막의 변화의 갈등, 긴장감을 음향과 동작들의 리듬을 활용한다. 오늘 우리는 톨스토이의 도덕적 사상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행동해야할 것인가?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적 동물로서 개인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하며 무엇이 이들의 죄를 양산했으며 어떻게 이들을 용서할 것인가를 바탕으로 악이 범람한 현대에 인간의 선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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