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의 황금〉은 〈니벨룽의 반지〉연작을 시작하는 작품이지만, 가장 나중에 착상된 작품이기도 하다. 바그너는 애초에 이 연작의 시작을 영웅 지크프리트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작업을 진행하던 1851년, 이 장대한 서사를 도입해줄 부분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는 1부인 〈발퀴레〉와 함께 〈라인의 황금〉의 스토리를 다듬어나갔고, 1854년에 작품을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라인의 황금〉은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을 청중에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단막 4장으로 구성되었다.
〈니벨룽의 반지〉는 게르만 신화를 토대로 하여 바그너가 직접 대본을 쓴 작품으로, 마법의 반지를 둘러싼 신들의 싸움과 그에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중 〈라인의 황금〉은 신들과 거인족, 난쟁이족이 마법의 반지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이들이 그려내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는 인간 세상의 탐욕을 그대로 투사하여 보여준다. 그런데 〈라인의 황금〉이 보여주는 권력에 대한 욕망은 항상 그 대가를 요구한다. 권력의 상징인 반지를 소유하기 위해, 알베리히는 사랑을 포기해야 했고 거인족은 아름다운 프라이아를 포기해야 했다. 권력이 사랑과 양립될 수 없다는 사고는 〈라인의 황금〉 뿐 아니라 전체 연작을 관통하는 사고로, 〈라인의 황금〉의 내러티브는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고는, 전제적인 권력이 쉽게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던 혁명적 아나키스트 바그너의 이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청년독일단 시절의 바그너가 주창했던 것처럼, 〈니벨룽의 반지〉는 기존의 낡고 부패한 권력체계를 젊은 세대가 바꾸어야 한다는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라인의 황금〉은 신들의 탐욕과 암투를 통해 낡고 부패한 권력체계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라인 강의 황금을 지키는 세 처녀의 곁에 난쟁이 알베리히가 나타나 처녀들을 유혹하려 하지만, 그의 추한 모습으로 인해 처녀들의 비웃음만을 사게 된다. 분노한 알베리히는 처녀들을 구슬려 ‘사랑을 포기한 자만이 라인의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 수 있고 이 반지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비밀을 알아내고, 사랑을 저주하면서 황금을 빼앗아 달아난다.
신들의 왕 보탄은 새로운 신들의 성(城)을 지어준 대가로 거인족 파졸트와 파프너에게 젊음과 사랑의 여신 프라이아를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신들의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프라이아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탄은 불의 신 로게를 불러 프라이아를 대신할 교환 물을 찾을 것을 명한다. 발할로 돌아온 로게는 그녀를 대신할 만한 것은 라인의 황금으로 만든 반지뿐이라고 보고한다. 거인족은 마법의 반지를 요구하면서 프라이아를 데리고 떠나고, 보탄과 로게는 라인의 황금을 찾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향한다. 보탄과 로게가 니벨룽족이 사는 지하 세계 니벨하임에 도착해 알베리히를 만난다. 알베리히는 세계정복의 계획을 떠벌리면서, 대장장이 미메가 만들어준 변신의 마력을 가진 투구 타른헬름을 자랑한다. 로게는 알베리히를 부추겨 마법 투구의 힘으로 작은 물체로 변신해보라고 말하고, 이에 속은 알베리히가 두꺼비로 변한 순간 그를 붙잡아 지상 세계로 올라간다. 알베리히는 반지의 마력을 이용해 금은보화를 가져와 보탄에게 자신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지만, 보탄은 재물 뿐 아니라 그의 마법투구와 반지까지 모두 빼앗아버린다. 분노한 알베리히는 반지를 가지는 모든 이에게 죽음이 따를 것이라고 저주하면서 도망친다. 거인족 형제가 등장하여 프라이아의 몸값으로 그녀를 덮을 만큼의 금은보화를 요구한다. 알베리히에게 빼앗은 모든 재물로도 그녀를 완전히 가리지 못하자 거인족은 타른헬름과 마법의 반지까지 요구한다. 보탄은 절대 권력을 약속하는 반지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지만, 대지의 여신 에르다의 “반지를 포기하고 저주를 피하라.”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거인족에게 반지를 양보한다. 그러나 파졸트와 파프너 형제 역시 반지의 소유권을 두고 싸움을 벌이게 되고 결국 파프너가 파졸트를 죽이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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