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인석 '당신들의 방울'

clint 2016. 10. 28. 16:46

 

 

고전적 소재를 바탕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알레고리적 수법의 희극이다. 다분히 동화적 세계의 무대화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우화적 무대 어법이 재미있고 앙징스럽다. 이 작품은 무대 설치에서부터, 대극장의 큰 무대를 텅빈 공간으로 남겨 놓은 채 관가의 동헌, 백성의 집 등을 동화책 같은 걸개 그림의 사용으로 한껏 동화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기자들의 몸짓과 대사의 처리도 역시 이러한 우화적 분위기에 함께 조율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 속에 작품의 시, 공간은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진공 상태에 머물러 있다. 어느 고을에 신임 사또가 부임해 온다. 그는 주색잡기에 탐닉하며 백성들에게 가렴주구를 일삼는 부패 관리다. 그의 호색 취미에 사랑하는 여자를 관기로 빼앗기게 된 청년은 꾀를 내어 사또의 약점을 잡아내고, 이를 이용하여 그를 곤경에 빠뜨린다. 대역죄 '상소문'이라는 엄청난 약점을 잡힌 사또는 어쩔 수 없이 고을 백성들에게 선정을 약속하며 그들로부터 추천된 서리들을 등용하여 의회적 민주 정치를 펴게 된다. 여기서 사또의 약점은 그야말로 '고양이 목의 방울'이 된 셈이고, 이를 지혜롭게 이용한 백성들은 사또가 선정을 펴게끔 강요하는 압력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극의 내용은 포악한 권력의 횡포에 민중의 지혜로 맞서 이를 응징하되, 결국 혁명적인 귀결이 아닌 계급 화해적이고 개혁적인 모순 해결이라는 작가의 시각을 감지케 해준다. 지배자의 잘못을 계도하여 올바른 선정으로 유도한다는 의회 민주주의적 지향은 우리 사회의 변혁운동론자들에 대해 던지는 작가의 비판적 메시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은 대형 무대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 작품의 우화적 기능을 현실로까지 밀착, 확장시켜 보여주지 못한 연출의 미흡함,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를 더 이상 극복하지 못한 작가의 한계 등을 노출하고 있다. 해설자의 기량이 더욱 폭넓게 작용한 점은 작품의 인식적 기능을 위해 바람직스럽게 보여진다.

 

   

 

   

1막
삼남 어느 지방에 조달맹이라는 신관 사또가 부임해 왔다. 그리고 그의 노망 든 아버지 조판서도 함께 왔다. 사또는 오자 마자 백성의  살림보다는 기생 점고부터 하는 탐관오리다. 그의 아비 조판서는 저승사자가 자기를 데려가려 하자 하인 갑생과 역을 바꾼다. 결국 그는 국현네 집 하인으로 팔린다.
2막
한규와 단실이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단실네는 비록 몰락했지만 양반이고, 한규네는 부자가 된 상민(常民) 집안이다. 단실 아버지는 이러한 신분 차이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 이 때 나졸들이 환곡 대신 딸을 데려가 버리자, 한규에게 결혼승락 대신으로 딸을 구할 방도를 세운다. 한편 갑생은 판서 노릇을 하면서 사또로부터 단실을 빼앗는다. 뿐만 아니라 사또에게 웅담(熊膽)을 구해올 것을 명령한다.
3막
달맹은 단실을 빼앗긴 대신, 고을의 미녀로 소문난 청상과부 민씨를 탐낸다. 그러나 그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달맹은 그녀에게 변복을 하고 찾아가나 망신만 당하고 쫓겨온다.
4막
달맹은 마침 수렵 금지령을 내렸으나 예외로 하고 곰사냥을 명령한다. 이에 백성들은 모두 곰몰이로 차출된다. 한규와 민씨는 사또를 골탕먹이고 단실을 빼낼 방도를 짠다. 또한 조판서가 죽고, 갑생의 신분이 밝혀지며, 사또에게 불리한 상소문도 얻는다.
5막-에필로그
한규와 민씨의 계략으로 사또는 단실을 내놓고, 언신을 면천해 주고, 백성을 잘 다스리게 된다. 이것은 현재의 임금을 모함한 상소문 때문에 두려워서다. 그러나 법이 제대로 시행되자 백성으로부터 명판관 소리를 듣게 되고, 한규와 단실이는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된다.

 

 

 

작가의도 - 최인석

슬기를 합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희극적 풍자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웃음과 여유를 가지고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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