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유진 오닐 '안나 크리스티'

clint 2016. 6. 27. 09:52

 

 

연극「안나 크리스티」는 미국의 노벨수상 극작가 유진 오닐이 30대 초기에 쓴 대표작 중 하나로 상처받은 창부의 얘기를 통해 현대인의 비극적 상황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77년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호세 퀸테로의 연출로 리바이벌하여 크게 히트, 다시 유진 오닐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창부 안나 크리스토퍼슨은 자기를 감추고 뱃사람인 아버지 크리스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녀의 슬픈 과거가 드러남에 따라 아버지 크리스의 딸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바다에 미친 젋은 뱃사람 매트버크와의 사랑도 이지러지면서 아버지와 애인의 갈등에다 자신의 지난 상처로 더욱 아픈 안나는 비극적 심연으로 빠져든다. 결국 애인은 그녀를 이해하고 아버지도 그들을 축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여인이 아버지를 찾아온 부둣가에서 어느 선원과의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장편극 중 하나인 이〈안나 크리스티〉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매춘부'라는 오래된 주제를 다룬 고전적인 미국 작품의 한 실례라 할 수 있는데, 공연 즉시 대성공을 거두었다. 예전의 강요에 의한 매춘생활을 잊고, 사무적이지만 마음에 드는 젊은 선원과 행복하게 살려는 가난한 스웨덴계 미국 소녀의 투쟁을 진지하고 장엄하게 다룬 이 작품은 오닐의 비극 가운데 가장 단순한 작품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 작품은 '너무 평이해서' 그 자신은 탈고하는 순간부터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선원인 아버지 크리스가 딸인 안나를 '악마 같은 바다'로부터 지키기 위해 친척의 농장에 맡기면서 이들 부녀는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왔다. 어느덧, 초로의 노인이 된 아버지는 화물선의 선장이 되어 있고, 갓 스무 살이 된 안나는 병색이 완연한 것이 한눈에도 심한 풍파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의 배에 더부살이를 하는 늙은 주정뱅이 여자 마사와 별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로 남루하고 지친 안나는 남모르게 술로 불안과 쓰라림을 달랜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정숙한 숙녀가 아니었다는 과거는 늘 그녀를 파도처럼 몰려오는 조울증 상태로 내몰고, 아버지 앞에서 얌전한 척하다가도 곧 화를 낸다. 그러나 꽁꽁 싸매고 있어도 젊음과 아름다운만은 어쩌질 못해, 안나에게 반한 선원 매트는 공격적으로 구애를 해오고, 그녀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른바 자신은 숙녀가 아니라는 콤플렉스가 끊임없이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 것이다. 결국, '사랑하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는 익숙한 대답을 최선이라며 내놓은 그녀는 울면서 고통스러워한다.
그레타 가르보의 첫 토키 영화. 노벨상 수상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무대극을 영화화한 것으로, 가르보는 명연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목소리로 토키의 벽을 성공적으로 넘어섰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여인이 아버지를 찾아온 부둣가에서 어느 선원과의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매우 잔잔하고 서정적인 소품 명작이다       
 

 

-제1막-
미국 뉴욕시. 가을의 나른한 햇빛이 낡고 칙칙한 주점 안의 값싼 위스키병을 비스듬하게 비추고 있다. 탁자에 앉아 크리스는 15년 전 헤어진 그의 딸 안나와의 재회를 축하하기 위하여 커다란 입술 안으로 위스키를 털어 넣고 있다. 그의 피부는 비릿한 해풍으로 거무틱틱하게 그을렸고, 평생을 바다에서 보낸 순박함과 정열적인 열기가 가끔씩 번뜩인다.
「난 그 애가 이 저주받을 바다에서 떠나 농가에게 곱게 키워지길 바랬지. 외가에 얹혀사는 가족들 생각을 안 한건 아니지만 돈푼만 생기면 죄다 써버리게 되었어. 바다라는 놈의 요술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거야. 그래서 내 딸만은 바다를 모르게 하고 싶었거든.」
그러나 크리스의 앞에 나타난 안나는 야한 옷 빛깔과 짙은 화장으로 여러 남자들의 흔적이 얼룩져 있다. 그녀는 지친 눈을 깜박거렸다. 「쉬고 싶어요. 그동안 시골에서 개처럼 일을 했으니까. 이젠 아버지의 신세도 좀 져야겠어요.」
 

 


-제2막-
『이 신비스러운 안개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선창가도 너무나 아름다워. 우리의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형제들도, 우리의 오빠도 모두 바다에서 사셨고 바닷속에 묻히셨지요.」 뱃사람의 핏줄이 안나의 가슴에서 뛰고 있었다. 석탄 배 안에서 안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크리스는 두려운 예감에 사로 잡혔다.
그런 생활 중 조난당한 배에서 구출한 버크라는 선원을 안나는 정성스럽게 간호한다. 우직하고 소탈한 버크는 그녀에게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출항한지 두 주일 만에 폭풍을 만났거든. 배도 파손되고 산더미 같은 파도에 휩싸여 야단법석이었지. 후후. 하지만 바다에서의 최후는 훌륭한 죽음이지. 땅이나 파먹는 바보와는 달라. 쓸쓸하고 외롭긴 해도. 당신은 내가 항구에서 만나는 타락한 여자와는 다르겠지. 나도 사실 전처럼 떠돌아다니지 않고 입항할 때는 월급을 갖다 줄 얌전한 아내를 갖고 싶소.」
버크의 강직한 사랑을 받아드리려 하자 크리스는 화를 내며 소리친다. 「악마 같은 놈의 바다! 안돼! 안나 마저 뱃놈에게 내어줄 순 없어 이 두 눈이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이상 어림없어.」
 

 


-제3막-
일주일 뒤, 역시 크리스의 석탄배 안.
「아버지는 버크가 형편없는 놈이라 말하시지만 난 자격조차 없어요. 솔직하게 털어 놓죠.」
체념의 빛으로 가득 찬 안나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와 함께 있었더라면 타락하지 않았을 거예요. 감옥과 같은 생활, 고아처럼 버려진 계집애에게 별 도리가 있겠어요. 시골에서 뛰쳐 나온 후 난 이태동안 어린애들을 돌봤지만 꽁무니를 따라다니던 남자들에게 망쳐졌어요. 이제는, 몇 푼의 돈에 의해서지만, 남자라면 지긋지긋해요. 모두 똑같아요.」
「다 똑같다구? 더러운 년 죽여 버릴 테다.」 절망과 배신감에 버크는 난폭히 내뱉었다. 안나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지금은 깨끗해요, 당신을 만났구, 처음으로 느낀 사랑에 내 영혼은 밝고 순결해졌어요.」

 


-제4막-
다시금 배를 타고 멀리 바다로 떠나려는 크리스, 딸 안나가 가련하기만 하다. 며칠을 술만 퍼마시던 버크, 미워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그녀에게 돌아오고야 말았다. 「안나, 너 없이는 못 견딜 것 같아. 어머니가 주신 이 십자가에 나만을 사랑한다고 맹세한다면, 새출발하겠어. 아무리 널 떠나려해도, 오 떠난다면 미쳐 버릴거야.」
안도의 표정으로 그들의 약속을 지켜보는 크리스. 그들의 새 가정을 위해. 우연한 인연으로 버크와 같은 배에 출항하게 된 것을 위해 축배의 잔을 든다. 창에 비친 밤의 어둠을 바라보며 크리스는 씁쓸히 잔을 놓았다.
「안개, 안개, 빌어먹을, 밤낮 안개야. 앞이 뵈야 말이지 저 악마 같은 바다만이 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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