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영국신사 양기백'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인생을 그린 연극들인데, 모두 희곡작가 김태수의 작품이다.
가슴을 에는 서글픔이 극 전체의 기조를 이루는 속에서도 짜릿한 웃음을 뽑아내는 김태수의 역량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코메디 클럽에서 울다'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흥겨워 웃음이 끊이지 않아야 할 코메디 클럽에서 운다? 제목에서부터 관객을 웃고 울리는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겠는데, 실제 밤무대에서 활동하는 3류 희극인의 애환을 그렸다.
관객을 사로잡지 못해 퇴출 위기에 몰린 코미디언이 삶의 탈출구로 약장수를 선택하지만 그마저 사기를 당하고 아내까지 약의 부작용으로 숨지는, 한 인생의 추락이 역설적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비극적 코메디로 풍자한 우화이다. 웃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개그맨 덕배는 사람을 웃기기 위하여 매사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류를 쫓아가지 못한 그이 코메디는 늘 허전하고, 끝내 개그맨이 웃기지 못한다고 코메디 클럽에서 쫓겨나는 불상사를 맞이하게 된다. 남편에게 극진한 아내는 불법으로 미장원 일을 하면서 까지 남편이 원하는 작은 코메디 클럽이라도 차려주기 위해 억척을 떨고 있지만....
교활한 선배 동탁은 아내에게 해고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덕배의 처지를 이용하여 가짜 건강식품 판매에 끌어들이고 돈까지 몰래 투자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건 사기로 막을 내리게 되고, 덕배는 졸지에 갈 곳을 잃게 된다. 끝내 알토란 같던 돈도 날리고, 좋다고 억지로 먹인 가짜 건강식품에 급기야 아내가 납중독으로 죽음에 이르자 덕배는 세상이 코메디 클럽이라고 느끼며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마지막 선물로 눈물젖은 비장의 코메디를 보여주면서 아내를 웃음으로 떠나보내는데.....
이 연극은 개그맨 역을 실제 연극배우 중엔 해낼 사람이 없다하여 진짜 개그맨 이봉원이 맡아 그 능력을 선보였으나,<좋은 영화>라는 영화사의 시나리오 작가가 사전 허락없이 본 연극의 희곡을 얻어 갔다는 사실을, 나중에 '선물' (이영애, 이정재 주연) 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오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디어의 기초가 되는 결정적 핵심 사건을 그대로 놔둔 채 요리저리 교묘히 빠져나간 그 영화를 두고 방자하고 무례한 시나리오 작가에 대해서는 측은과 분노가,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해적질을 통해서라도 돈벌이를 하겠는 영화사의 상업성에 대해선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을 밝힌다.
98' 서울 국제연극제 참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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