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후반의 작가 윤대성을 그려볼 수 있는 작품이 ‘열쇠’이다. 은행원인 30대 가장이며 두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오정환이 작가의 분신 같은 느낌이다. 정환은 어느 날 대학 친구인 송 만석화백을 오랜만에 우연히 만나 술 한잔하고 통행금지 시간 쯤, 송화백의 집으로 한잔 더하자고 오게 된다. 이 작품은 송화백의 아파트 거실을 무대로 한 40분 전후의 단막극이다. 혼자 독신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정환에겐 그런 만석이 너무나 부럽기만 하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 얘기, 여자들 얘기를 하다가 정환의 부인이 그 당시 삼각관계에 있던 미스 진임을 알게 되고... 정환은 그녀만을 사귀다가 결혼하였고 지금은 애가 둘인 은행원이고, 만석은 독신으로 아파트에 화실을 꾸며 놓고 그림을 그리면서 예나 지금이나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자유롭게 즐기며 지내고 있다. 정환은 오늘도 아내와 부부싸움을 크게 하고 진창 술 마시고 싶던 차에 그를 만난 거고, 외박을 불사하고 술을 더 마시자 한 것도 부부싸움의 앙금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은 배경이 되겠다. 정환 자신도 학창시절 성악가가 되는 꿈을 키웠던 적도 있었기에 송화백이 더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잠시 후 한 여성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마침 만석이 화장실에 간 터라 둘은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는데 만석의 여자 친구 유혜진이다. 밤늦게 찾아오는 걸 봐서 보통 사이가 아님을 느낀, 정환. 잠시 후 술판이 더 크게 벌어지고 유혜진과 춤도 추는데... 정환은 거실에서 혼자 자려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처음엔 통금에 걸려 파출소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친구 집에 있다고 사실을 말한다. 부부싸움에 대해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우울한 샹송 (이수익 작)을 전화로 낭송해주다가 잠이 든다. 그 모습을 본 혜진은 이런 만석과의 관계에 자신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그런 혜진을 이해 못하는 만석과 말다툼을 한다. 잠시 후 잠에서 깬 정환은 집에 간다고 가면서 조만간 두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혜진도 이런 사랑 없는 관계가 싫다고 다신 안 만나겠다고 하며 집을 나간다. 갑자기 혼자이게 된 만석은 공허하다. 어지러워진 거실보다 혼란스런 자신이 답답한 듯... 잠시 후 열쇠를 반납하겠다고 다시 온 혜진.... 그녀와 같이 살자고, 그리고 혜진은 임신했음을 말한다. 그리고 그 기쁨을 전화로 정환을 깨워서 얘기를 하며 막이 내린다.
작가의 글
첫 번째 희곡집 神話 1900의 재출판을 계기로 수정, 보완. 새 희곡집을 낸다. 1984년도에 발표한 〈파벽〉을 새로 실었고 또 지난번에 빠졌던 작품 중에서 두 편을 골라 실었다. 단편 〈열쇠〉는 총각시절 방황하던 때의 자서전 같은 얘기를 코미디로 엮은 습작에 불과하지만 나의 한 시절을 보여 주는 뜻이 담겨 있어 실었다. 이 작품은 ‘출발’에 대한 현실적인 대답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더러운 손〉은 내 작품 중 공연되지 않은 유일한 작품으로 어떤 종교단체의 부탁을 받고 집필했으나 예수를 神이다 인간이다 어떤 규정도 하지 않았다. 그를 존경할 만한 인간으로 그린 작품이라 봐야 할 것이다. 원래 多作하지 못해 희곡작품이 많지가 않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손을 대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싣지 못한 몇 편의 작품이 있으나 떳떳이 내놓기는 너무 흠이 많아 빼버렸다. 그렇다고 여기에 실린 작품에 흠이 없다는 얘긴 아니다. 앞으로 더 좋은 희곡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만 약속드린다. 책을 낼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출판사 측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못이기는 척 다시 펴낸다. 질책을 바란다. 1985년 윤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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