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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숙 '황야'(부제: 학익동 278)

연극 ‘황야’는 재판을 기다리는 5명의 미결수가 펼치는 세상 이야기다. 사방이 막혀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열려 있지만 갇혀 있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선듯 우울해 보일 것 같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감옥안에서 여행을 떠나는 미결수들은 관객들에게 재미와 해학을 던져준다. 대사없이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마임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만들어 다소 몸짓이 과장돼 보이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출가의 의도보다는 배우들의 자유스런 표현에 중심을 둬, 이런 특징이 더더욱 두드러진다. 연출 최 대표는 “남구 학익동은 대학과 공장, 주택, 그리고 법을 다루는 법원과 검찰, 교도소,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창녀촌까지 공존했던 곳이다” ‘황야’(학익동 278)’는 극단 마임의 최..

한국희곡 2024.01.29

세르지 벨벨 '죽음 혹은 아님'

죽음과 죽지 않음. 삶과 살지 않음. 갑작스럽고, 폭력적이고, 비극적이고, 반항적인 죽음. 텅 빈 인생, 그저 그런 인생, 파렴치한 인생. 계속하고, 이어 가고, 숨 쉬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더 연장하고….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믿음, 사랑과 증오의 관계, 라이벌 의식, 과도한 사랑, 분노, 알지 못함, 사랑하지 못함, 할 수 없음, 습관적인 삶, 고독, 피곤, 두려움, 권력…. 단하나의 인생인데, 너무나 많은 감정이 있다. 은 우리에게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보여 준다. 영웅도 없고 비극적인 위대함도 없다. 그렇다고 핑크빛 해피엔드도 없다. 단지 날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드라마이며, 무관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혹은 한숨 돌리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남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다..

외국희곡 2024.01.29

조한빈 '계단'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수현과 시현은 ‘저기’에 가기 위해 기대를 품으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수현과 시현의 차례가 오지만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엘리베이터에서 밀려나고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각 층을 지나며 자신들이 몇 층까지 왔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다. 그렇게 계속 계단을 이용하던 수현과 시현은 우연히 위치를 알게 되는데…. 1층이다. 은 청년 세대의 불안과 고민, 문제의식을 상징적인 방식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희곡이 갖고 있는 특유의 리듬감과 속도감이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다만 작품에서 나열되고 있는 에피소드들이 다소 동어 반복적이고, 인물들의 극적 변화 또한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희곡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명료하였으나 익숙하였고, 희곡이..

한국희곡 202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