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황야’는 재판을 기다리는 5명의 미결수가 펼치는 세상 이야기다.
사방이 막혀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열려 있지만 갇혀 있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선듯 우울해 보일 것 같지만, 벗어날 수 없는 감옥안에서
여행을 떠나는 미결수들은 관객들에게 재미와 해학을 던져준다.
대사없이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마임 배우들이
‘연극’ 무대를 만들어 다소 몸짓이 과장돼 보이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출가의 의도보다는 배우들의 자유스런 표현에 중심을 둬, 이런 특징이 더더욱 두드러진다. 연출 최 대표는 “남구 학익동은 대학과 공장, 주택, 그리고 법을 다루는 법원과 검찰, 교도소,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창녀촌까지 공존했던 곳이다” ‘황야’(학익동 278)’는 극단 마임의 최규호 대표가 실제 겪었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란다. 우연히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탄 차량과 같은 기종의 차를 몰다 불심검문에 걸려 철창에 갇힌 것이 모티브가 됐다. 극단 마임의 고정 레퍼토리로 최 대표의 부인이자 작은 극장 돌체의 대표인 박상숙 씨가 썼다.

작가의 글 - 극단 마임 대표, 연출 박상숙
연습을 하고 있는 단원들을 본적이 있는가 그냥 연습이 아니라
푹 빠져서,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그 누구도 아닌
흔하디 흔한 한 인간으로
한 인격체로 승화되어 가는 과정을 체험한 적이 있는가?
어떤 날 내 자랑거리였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랐다.
다이어트도 더 이상 귀찮아서 멈추었다.
긴장을 늦추고 싶지 않아서 애 낳고도 끈질기게 신고 다녔던
하이힐도 벗어버렸다.
어떤 날 예전의 친구를 만났다.
눈이 화등잔 만해진 그 친구는 마치 크게 타락해 쓸모없는
인간 대하듯 자신의 우월감을 표출하는 픔이 역력했다.
젊은 날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살아있다는 자각뿐!
살아있어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음은 에너지를 갖게 하고
살아 움직이는, 정확히 정신을 갖고 있는 인간 개개인이
그렇게 소중 할 수가 없다.
그냥 사랑하고 싶다.
그들은 바로 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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