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주은길 '등산하는 아이들'

clint 2024. 1. 30. 09:25

 

 

모든 걸 불태우면 깨끗이 사라질까.

2008년 겨울. 중학생 세진은 아빠에게 선물 받은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등교한다.

친구들의 우려대로 세진은 같은 반 일진 태웅에게

옷을 빼앗기고 만다. 세진과 친구들은 놀이터에 모여

패딩을 다시 찾아오기 위한 작전을 꾸미지만,

화가 잔뜩 난 채 놀이터로 달려온 태웅은

세진과의 말다툼 속에 화를 이기지 못하고

칼을 휘두르고 만다.

 

 

 

물질적 욕망이 계급과 계층 간의 간극을 어떻게 심화 시키는지를 그려내며,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 안에서 비극적 결말에 이르고 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희곡에서 작가가 그 주제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힘이 느껴졌다.

다만 작품의 일부 폭력적 요소들이 그 주제의식과 맥락을

함께한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희곡은 어떤 언어적, 장면 적 재현의 방식을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섬세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작가의 말 - 주은길

인생 비극 제1막은, 부모와 자식이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들 1막을 넘어 2, 3, 4막을 잘 살고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저의 1 3장쯤의 시절을 비춰 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뻔히 알고 있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 자의적으로 태어난 아이가 없기에 모두가 행복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행복을 구축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마냥 잘해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시절 피어오르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감정들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등산하는 아이들>은 그런 시절을 담아내어 들려드립니다. 모두가 비극 안에서 행복을 구축하길 바랍니다.

 

 

2023 <산은 말한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그린피그 연출부

순천향대학교 연극무용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