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누구의 것인가.
이 이야기는 2021년 10월 자궁내막종 복강경 수술을 받은
작가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생리’로 출발해 ‘여성의 자아는 난소에서 오는가?’라는
풍자에서 ‘주체’로 나아가면서 여성성의 아이러니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나 그리고 어쩌면 나였을 당신들의 목소리.
그리하여 여성이 살아가기 참으로 기이한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극이다.
‘나’는 말한다. 이미지가 아닌 여성의 신체 자체를. 철저한 개인으로, 죄어오는 신체를 갖고, 그와 괴리되는 여성의 이미지를 의심하고, 엄마라는 자리에 양가적으로 반응하며. 새삼스러울 것 없는 생리와 출산을 하는 여성 신체의 지난함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음에 대해 말한다. 어찌할 수 없는 난소의 힘을, 임신 가능한 몸의 유지를 권고하는 의사의 말을 곱씹으며. 〈EGOEGG〉는 가임기 여성의 사투와 외침을 담는다. 내밀한 그의 목소리는 공고한 사회 인식과 맞닿고, 국부적인 세계는 거대한 사회 구조와 접면하면서, 여성이 마주한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난소라는 신체 기관을 통해 동시대 여성에게 덧씌워진 여러 층위의 편견과 차별적 시선을 드러낸 작품이다. 자전적 체험을 통해 찾아낸 질문들을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자기 자신에게 투영시켜 말의 중첩과 비틀림, 자기분열과 어긋남 등으로 드러내려 한 시도가 흥미롭다.
작가의 말 - 이민선
자신의 몸과 자아를 완전히 긍정하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요? 작품에 이해와 인정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이해가 되는 상태에 대해서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도 인정도 아닌 긍정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해체가 아닌 분명한 다각화가 필요합니다. 그리 생각은 하지만 아직 저도 거기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27살 버킷 리스트였던 삭발을 했습니다. 머리칼이 밤톨처럼 자라날 때쯤 자궁내막을 만났습니다. 생리가 먹이가 되는 낭종, 다분히 '여성스러운' 내 몸과 거울 속 밤톨머리를 번갈아 보면서, 외면해 온몸의 질문 앞에 서야만 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돌고 돌아 다시 몸입니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3센티미터 난소에 달라붙는 수많은 이슈에 대한 저항이자 투쟁입니다. 가본 적 없는 길이기에 우려고요. 리는 계속해서 말해야 하고, 직접 당사자들의 역사를 쌓아가 저는 휴먼카인드를 맨카인드뿐만 아니라 우먼카인드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휴머니즘만 존재하는 세계. 우리는 스스로 알을 품고, 스스로 깨고, 스스로 다시 형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설령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일지라도요.
2023년 <은수의 세상>으로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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