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MBC의 마당놀이 연극 18번째의 작품으로 공연됐다..
황진이의 상여행렬이 지나간다.
속세의 인습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혼이 된 황진이는 매우 기뻐한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재판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진이는 뭇 남성들을 농락했다는 죄로 재판을 받으며
그녀의 일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황진이 때문에 가산을 탕진했다는 지족선사,
과다한 정력낭비로 불구자가 된 화담 서경덕,
계약 결혼을 했던 선전관 이사종 등이 등장하여
황진이의 과거를 이야기하는데....
작가의 변 - 김상열
황진이는 그녀가 살았던 시대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자유인으로 당대를 풍미하며 살았다. 황진이는 봉건사회와 유교적 통념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살았기에 송도의 일개 기생이었지만 그녀의 존재가 역사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신분이 비천한 기생이었기에 자학적이고 자조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으나 타고난 그녀의 성품이 자유분방하였으며 지혜롭고 총명하였던 것이다. 황진이는 미모가 뛰어난 만큼 문장과 가무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금방 실천에 옮기는 진취적 성격의 소유자였다. 황진이는 뭇 남성들을 취향에 따라서 스스로 선택도 하고 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애욕의 늪에 빠져 고통도 자초하였다. 황진이를 거쳐간 수많은 남성들이 당대의 이름난 유명인사들이었지만 황진이로부터 재물이나 첩살이나 그 밖의 어떤 대가도 요구 받지 않았다. 황진이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인바, 요즘 말로 하면 철저한 프로적 기질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신선의 딸이라는 전설이 따라붙을 정도로 그녀의 말과 행동은 냉철하게 초지일관하였으며 지조나 절개를 절대 낭비하지 않았다. 황진이는 분명히 한 시대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었다. 그녀의 출생과정과 비천한 신분을 통해서 조선조의 사회제도를 엿볼 수 있으며 특히 주목할 것은 당대 양반계급과 권력자들의 허구성과 이중성을 그녀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황 진이의 매력은 그녀의 마음, 그녀의 영혼이 절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나비처럼 날아다녔다는 것이다. 당대의 아무도 그녀를 사로잡거나 독점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권력 자들은 그녀 앞에서 온전히 알몸이 되어 자신들의 치부를 내보였던 것이니 어쩌면 황진이는 허구가 껍질로 벗기는 권위의 허상에 도전하는 혁명가였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마당놀이는 황진이를 통해서 사회적 모순과 인간성의 허구를 풍자하고자 하는 것이다. 황진이가 시대의 거울이었다면 분명 그녀의 자유분방한 행적을 통해서 이 시대의 모든 허구성을 그녀의 거울에 비추어 보는 재미 또한 의미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황진이가 살았던 송도를 무대로 하고는 있지만 그러 나 그것은 시대를 초월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황진이를 등장시켜 우리의 자화상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황진이의 일생이 자유분방했듯이 마당놀이 황진이는 지금의 패턴이 나 틀에서 과감히 탈피해서 철저하게 보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를 강조하였다. 마당놀이의 특성이 그 표현영역의 무한성에 있듯이 우리의 마당놀이는 예속과 고정관념의 밧줄을 과감히 끊어버리고 황진이 의 자유혼과 더불어 무한한 큰 이상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한빈 '계단' (1) | 2024.01.29 |
---|---|
윤소정 '카운팅' (2) | 2024.01.28 |
하종오 '시극 어미와 참꽃 ' (2) | 2024.01.27 |
임선영 '작은 집을 불태우는 일' (2) | 2024.01.27 |
성준기 '금연교실' (1) | 2024.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