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하종오 '시극 어미와 참꽃 '

clint 2024. 1. 27. 19:01

 

 

 

1988년에 공연된 이 시극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외아들을 잃은 한 어미의 애절한 절규이다.

아직 풀리지 못한 응어리, 가슴속에 차 있는

답답함을 어떤 방법으로도 풀 실마리를 찾고 싶다는 갈망이

어미의 입에서 구구절절 가슴을 찢는 애절한 시구로 읊어진다.

이 작품에서의 "참꽃"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간략히 언급하면 참꽃은 본디 먹을 수 없는 개 꽃

철쭉꽃과 대비되는 말로 진달래꽃의 호남지방 사투리인데,

이 작품에서는 묘지 가득한 꽃을 가리키면서부터

어미의 한과 아들의 죽음 전체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 어미의 정성을 딛고 참꽃이 활짝 피기를 바란다.

 

 

 

어머니 역을 맡은 배역만 무대에 등장하며

생전, 사후의 아들은 소리로 나온다.

그리고 여러 소리(진압군과 저항시민 함성, 방송),

그리고 총소리, 상여소리, 등은

작품 공연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작가의 글 하종오 시인

지난해 이 작품을 쓸 때는 정치적 상황이 경색되어 있었기에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이제 무대에 올려진다. '80년 이후 많은 시인들이 오월을 노래했다. 아니다. 노래가 되기 이전에 고통에 찬 신음과 오일을 터뜨렸고 노래가 된 이후에 좌절과 절망으로 몸부림쳤다. 그러했기에 이번 공연은 나에게 새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더구나 84년 한창 굿에 열중하던 무렵, 창작 굿시 '오월굿'을 써서 공연하기 위해 준비를 했지만 중단할 수 밖에 없는 비애를 느끼기도 했던 터이다. 바로 그 굿시의 몇 대목이나마 이제야 되살려 '어미와 참꽃'에 삽입하게 되었으니, 기쁘기 이전에 정치적 상황이 문학마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놔두지 않았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비감을 느낀다. 시극 '어미와 참꽃''오월굿이 역사의 진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나의 많은 부끄러운 짓과 모자람에서 나 스스로 벗어날 수 있겠거늘.

처음 시극을 쓰려고 했을 때,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모범이 될 수 있는 시극 작품이 없었기에 막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더구나 연극과 희곡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관람과 독서가 고작이었던 처지에 운문으로 극작품을 쓴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때 무당들과 어울려 창작 무당 굿시를 써본 경험, 민요시를 써본 경험이 시극을 쓰는데 밑천이 되어주었다.그래서 처음 쓴 시극이 '어미와 참꽃인데 과연 시극의 범주에 넣어도 되는가 확신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시극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가. 어떤 형식을 취해야 시극이 되는가. 이렇게 따져들면 무수하게 생겨날 질문에는 다만 독자들이 '어미와 침꽃'을 관람하는 판단하고 비판하고 대답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자신이 없어 차마 발표를 못 하고 있는 시극이 몇 편 더 있고 앞으로 또 계속 쓸 작정이다. '어미와 참꽃'은 이렇게 계획하고 있는 시들과 완전히 독립되지 않는다. 1천매가량 될 여러 편의 시극이 다 씌어진다면, '80년대 사회를 밝혀보고자 하는 전체 작품들 속에서 그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아직도 시극 '어미와 참꽃' 속의 어미는 아들을 찾고 있고, 오월은 계속되고 있고, 내 시극 창작도 계속되고 있고 역사도 계속되고 있다. 내가 이 공연작품에 대해서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이 것뿐이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 기억하는 일이 있어 여기 기록해 두고 싶다. 시극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어느 날 불현듯 대구에 내려가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 염선생님은 나에게 창극에서 무언가를 찾아내 보라고 조언하시면서 시극이야말로 시인의 창조적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창작욕구를 불러일으켜 주셨다. 언제나 나를 시인으로 살도록 고무해주신 염 무웅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시극 작업을 하는 동안에 더욱 새로워질 것 같다.

 

 

하종오(河鍾吾, 1954년~ )는 대한민국 시인이다. ... 
1954년 8월 22일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현대문학'에 〈사미인곡(思美人曲)〉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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