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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 '자전거를 타는 소년과 이제는 시를 쓰지 않는 시인들'

나는, 알고 보니, 이제야, 내가 무엇인지 모르는 걸 조금 아는 것 같습니다. 소년은 어느새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었다. 아무것도 안 된 채 중년이 된 소년은 한겨울 깊은 밤 홀로 강 얼음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목구멍에 바람이 들어와 숨을 못 쉴 때까지. 시인이 꿈이었던 소년, 시인은 결국 되지 못하고, 중년이 되어 연극을 하게 된다. 소문이 어떻게 났지? 사람들이 어떤 연극이냐고 물어보면, 소년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한 연극이라고 말한다. 제목이 긴 은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시적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지문과 대사들이 인상적이다. 자전거 타는 소년은 시 쓰기를 멈춘 대신, 자신과 이제는 시를 쓰지 않는 시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연극을 쓴다. 시를 ..

한국희곡 2024.01.30

주은길 '등산하는 아이들'

모든 걸 불태우면 깨끗이 사라질까. 2008년 겨울. 중학생 세진은 아빠에게 선물 받은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고 등교한다. 친구들의 우려대로 세진은 같은 반 일진 태웅에게 옷을 빼앗기고 만다. 세진과 친구들은 놀이터에 모여 패딩을 다시 찾아오기 위한 작전을 꾸미지만, 화가 잔뜩 난 채 놀이터로 달려온 태웅은 세진과의 말다툼 속에 화를 이기지 못하고 칼을 휘두르고 만다. 물질적 욕망이 계급과 계층 간의 간극을 어떻게 심화 시키는지를 그려내며,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 안에서 비극적 결말에 이르고 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희곡에서 작가가 그 주제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힘이 느껴졌다. 다만 작품의 일부 폭력적 요소들이 그 주제의식과 맥락을 함께한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희곡은 ..

한국희곡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