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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미 재창작 '모던(Modern)'

“난 이제 무겁지 않아. 난 내 발목을 잘라낼 거야. 발목을 잘라내고 먼지처럼 사라질 거야. 저길 봐. 영원히 부유하는 저 먼지들. 먼지들은 이유가 있는 춤을 추지 않아.” 모든 관습과 틀, 경계로부터의 해방을 꿈꿨던 모던 발레의 창시자 바슬라프 니진스키. 그는 동성애자인 예술감독 디아길레프, 무용수인 아내 로몰라를 만나며 운명적인 삶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운명적 인연들이 만들어낸 삶의 갈등, 그리고 뛰어난 기량 속 숨겨졌던 내적 트라우마.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강박감 등은 그를 정신병 속에 가두고야 만다. 갑작스런 은퇴 이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이른바 ‘깨어있는 코마 상태’로 지낸 니진스키. 그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어딘가에 갇혀 기나긴 미로를 홀로 걷는..

외국희곡 2024.01.05

한기철 '동행'

198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이 작품은 오랜 세월 내 책꽂이에 있다가 이번에 다시 읽고 여기에 올린다. 한 농부의 보리밭에 큰 뱀이 살고 있고 그 뱀을 잡으려 땅꾼을 불렀다. 농부의 얘기론 예전에도 이 뱀을 잡으려 한 땅꾼을 불러 하루 종일 길목을 지켜 뱀을 만났는데 뱀과 그 땅꾼 둘의 눈싸움 끝에 뱀이 조용히 물러갔다는 얘기이고… 땅꾼은 뱀이 새끼를 뱄기에 살려줬다는 얘기도 해준다. 여기에 나비를 잡으러 온 사내가 등장하고 농부의 아들이 와서는 마을에 순경이 아버지를 찾는다고 한다. 아들은 주워들은 정보라며 총기를 들고 탈영한 병사 때문이라고 한다. 부자(父子)가 가고 땅꾼과 사내가 남아, 나비 이야기와 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둘은 서로 뭔가 감추고 있는 것을 느낀다. 사내가 말을..

한국희곡 2024.01.05

모토야 유키코 '난폭과 대기'

무대는 야마네 히데노리와 오가와 나나세가 사는 집이다. 6년 동안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는 히데노리를 위해, 나나세는 개그를 연구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히데노리는 가끔 마라톤을 한다며 외출을 하는데, 실은 몰래 천장 위 다락으로 올라가 나나세를 훔쳐보고 있다. 나나세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어느 날 히데노리의 직장 후배인 반조가 집을 찾아오고, 매 순간 남의 얼굴을 살피는 나나세의 독특한 행동은 반조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나세의 미모에 관심이 생긴 반조는, 어떻게든 그녀와 가까워지기 위해 애인인 아즈사를 소개해 히데노리와 나나세의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 알고 보니 그 비밀은 12년 전 한 사건에 의한 것이었다. 사이가 좋았던 히데노리 가족과 나나세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갔는데, ..

외국희곡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