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승규 '굴레 쓴 사람들'

clint 2015. 11. 13. 16:26

 

 

 

전북 연극제에 지역 극단인 '황토'가 초연함.

「굴레쓴 사람들」은 전주대 교수인 김승규씨의 창작품으로 본인의 진솔한 입장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사학재단의 비리에 대항해 싸우는 학생들의 운동에 대한 고민과 재단과 학생사이에서 어느 한쪽만을 선택해서 지지하도록 강요당하는 교수들의 고민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극은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수난과 고통을 학내분규로 진통하는 사립대학의 규칙과 원칙만을 고수하는 교수와, 그에 맞서는 운동권 학생과 재단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그들 모두가 결국 정의롭지 못한 이 시대의 피해자임을 일깨워준다.  사회적 정치적 문제인 학생데모를 다룬 작품으로 무대전환이 지루하지 않고 시대의 아픔을 표출했다는데 일단 관심을 끌었다. 주변에 가면을 쓰고 정직한 체하는 이들이 많다. 약자만이 굴레를 쓸 뿐이다. 갈수록 불감증에 걸리는 이들이 많아지는 시대를 살면서 정작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교수집단의 흔들리는 심리감, 교수를 재단의 하수인으로 취급하는 학생들과 스스로 재단에 회의를 느끼는 재임용 탈락교수 정숙향 역의 서형화, 배조교역의 염정숙의 연기가 돋보였다. 희생된 여학생으로 인해 되풀이되는 역사에 대한 깨달음이 오지만, 학생과 교수가 느끼는 갈등의 대비가 너무 큰 폭의 거리감을 형성했다. 굴레쓴 개개인들과 그 행위가 각자의 시련과 아픔, 좌절을 얼마나 녹여냈는지, 개인의 지성이 어떻게 쉽게 무력화되는지를 보여주지만 적절한 화합의 안배가 너무 성급한 결론을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감이 들게 했다. 게다가 음악은 시종 무대를 압도한다. 그러다 보니 극 자체가 무대음악에 짓눌려 버린 감이 들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동율 '혼성'  (1) 2015.11.13
조효송 '사람을 죽여 드립니다'  (1) 2015.11.13
이재현 '코리아 게이트'  (1) 2015.11.13
박성재 '굿쟁이'  (1) 2015.11.13
심회만 '꽃녀 꽃녀 꽃녀'  (1) 2015.11.13